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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반응 '냉담'…"우리 의견 반영되지 않았다"

중앙일보 2015.12.28 23:47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28일 타결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법에 대해 당사자들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 "정부의 노고에 감사하다"면서도 피해 당사자인 자신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채 합의된 내용은 받아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나눔의집에 거주하는 위안부 할머니 10명 중 정복수(100)ㆍ김군자(90)ㆍ박옥선(92)ㆍ이옥선(88·부산 출생)ㆍ유희남(88)ㆍ강일출(88)할머니 등 6명은 이날 오후 TV로 협상 결과 발표를 직접 지켜봤다.

유희남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정부에서 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잠시 후 ‘법적 배상이 아닌 기금조성’이라는 말에 “우리가 그들로부터 의료지원, 신세질 필요 없다. 어떤 할머니도 기금조성에 대해서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강일출 할머니도 “우리는 명예회복을 받아야 한다. 후대를 위해서라도 공식적인 사죄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죽기 전에 사과를 받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소녀상에 대해 이옥선 할머니는 “배상이 이뤄지고 사죄가 이뤄져도 절대 옮겨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날 협상 결과를 함께 지켜본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된 양국간의 합의여서 할머니들이 정식적으로 인정할지 여부는 좀더 확인해 봐야겠다”며 “이번 합의문이 피해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는데 유효한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46명의 할머니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 공식입장은 추후 46명의 할머니들과 만나 논의한 뒤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용수(88) 할머니는 이날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 열어 “(합의 내용을) 전부 무시하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고향인 경북 포항에서 혼자 생활하는 박필근(88) 할머니는 “시골에 혼자 있으니 소식을 잘 모른다”면서 TV 화면에 일본 정부의 재단 자금 지원에 대한 내용이 나오자 “10억엔은 뭐고”라고 물었다. 박 할머니는 “재단을 만들든 뭘하든 그걸로는 도움 되는 게 없다. 우리처럼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사과 진정성 따져봐야”=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반성의 뜻을 밝혀 수십년간 해묵었던 위안부 문제의 합의가 이뤄진 건 평가할 만 하다”면서도 “가해자의 입장이 아닌 위안부 할머니들, 즉 피해자들이 진정 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사과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대협 등 위안부 관련 6개 단체는 “일본정부가 범죄의 주체라는 사실과 위안부 범죄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직접 사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독사과’에 그쳤고, 사과의 대상도 모호해 진정성이 담긴 사죄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냈다.

광주·포항·서울=임명수·윤정민·박병현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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