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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5·18 노래음반' 처음 만들었다

중앙일보 2015.12.28 17:48
"국가기념일인 5·18 민주화운동이 35주년을 맞는 동안에 이렇다할 기념앨범 한 장이 없었다. 5월의 역사를 담은 음반 제작을 더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각오로 지난 1년을 노래 복원과 제작에 매달렸다."

28일 ‘5·18 민중항쟁 정신계승 기념음반1-오월’을 발표한 박종화(52)총감독이 밝힌 소감이다. 그는 "5·18 이후 현재까지 5월이면 민중들이 가장 많이 불렀던 노래들을 발굴·재해석한 앨범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5·18을 기리기 위한 '오월노래음반'의 총감독을 맡아 지난해 12월부터 작업을 해왔다. 5·18기념재단이 광주광역시의 예산지원을 받아 5월의 역사를 담은 노래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첫 사업이다. 박씨는 "80년 이후 민중에게 힘을 줬던 노래를 방치하는 것은 민주화를 열망한 우리의 삶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에 작업을 하게 됐다"고 취지를 소개했다.

음반은 이날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오월음원 발표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52분29초 분량의 음반에는 모두 14곡이 담겼다.

'그날이 오면' '오월의 노래2' '들불' '동지' 등 널리 알려진 민중가요들이 수록됐다. 대표적인 5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과 '친구2' '투쟁의 한 길로' '꽃아 꽃아' '오월의 노래1'뿐 아니라 '광주여 무등산이여'와 '광주출전가' '금남로 사랑' 처럼 광주를 주제로 한 노래들도 포함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작곡가인 김종률(57)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직접 불렀다. 노래를 만들 당시의 시대상과 작가의 감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박씨는 "구전으로 내려오는 5월의 노래들을 원래의 노래처럼 정본화하는 것이 당초 작업의 목표였다"며 "노래가 탄생한 배경이나 숨은 이야기를 토대로 한 역사기록물을 제작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고 했다.

만든 지 30여 년이 된 음악들을 다시 정리하는 데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민중가요의 성격이 짙던 원래의 노래가 여러 형태로 변형되거나 아예 원본 자체가 없어진 곡도 수두룩했다. 박씨는 지난 7월 음악감독과 함께 70년대 생산된 아날로그 재생장치를 손 본 끝에 '친구2'란 노래를 만든 범능 스님(정세현)의 목소리가 담긴 원본을 어렵게 찾아냈다.

부품조차 없는 단종된 기계를 분해·조립하기를 수차례 반복한 끝에 얻은 성과였다.

박씨는 "사흘 밤을 꼬박 새워 28년 전 녹음된 노래를 들었을 때 전율을 느꼈다"며 "어제 녹음한 것처럼 생생한 노래를 추출하자마자 다시 기계가 멈춰섰을 땐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오랜 동안 작자 미상으로 떠돌던 민중가요의 작사·작곡가를 밝혀낸 것도 성과다. 박씨는 80년대 학생 신분으로 광주를 찾았던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동지'의 작곡가가 박철환씨임을 확인하고 음반에 이름을 올렸다.

수록곡들에 대한 음악성을 높이는 데도 관심을 쏟았다. 수록곡 중 5곡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녹음실인 미국 테네시주의 오션 웨이 내쉬빌 스튜디오(Ocean Way Nashville Studios)에서 녹음했다.

광주 출신인 박씨는 고교 시절인 80년에 5·18을 겪었다. 전남대에 진학해 학생운동에 투신한 후 민중가요 작곡과 시인, 서예가 등으로 활동했다. '파랑새'와 '지리산' '영혼의 노래' 등을 작곡했다.광주전남민족문학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5·18 전야제 총감독 등 5월 관련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다.

박씨는 "5월과 관련된 노래가 가진 기록성과 음악성을 함께 추구한 음반을 통해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5·18의 민주정신을 공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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