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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디지털 시대, 책방의 반란…헌책방 인기 왜?

중앙일보 2015.12.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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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헤스켈 카운티의 중고책 서점 헨더슨 서점에서 중고책 표지를 손질하는 모습. [AP=뉴시스]


바쁠수록 느림이 주목 받는다. e북의 등장 이후 종이책의 소멸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사랑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아마존 시대, 헌책방이 돌아온다’는 기사를 통해 디지털 시대 종이책의 귀환에 대해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종이책은 읽기 적합하게 만들었다. 오프라인 서점은 일종의 문화 허브의 역할도 한다. 사람들은 헌 책을 통해 싼 가격에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만나고 이는 독서 인구 증가로 이어진다.

헌 책 판매에 대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몇 년 사이 헌 책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은 명확하다. 미국서점연합의 오렌 테이어 회장은 “수십 개 정도의 독립서점들이 중고책을 취급하고 있고 중고책 시장에 대한 관심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북부에서 레스톤 헌책방을 운영하는 수잔 버웰도 “헌책 판매량은 최근 계속해서 증가추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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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온라인 서점은 아마존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사업 측면에서도 헌책방은 남는 장사다. 헌책은 디지털 서점인 아마존과 비교했을 때도 가격 경쟁력이 있고, 수익도 새 책보다 높다. 페이퍼백의 경우 정가의 10%가격으로 매입되어 50%가격으로 판매되는데 이는 새 책보다 4배 정도 수익이 높다. 대규모 서점들이 온라인에서 중고 판매 섹션을 만들고 기업들이 중고 서점으로 뛰어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워싱턴주 북서부에 최근 헌책방을 연 파블로 시에라(38)는 경영대학원(MBA)를 졸업하고 해군 장교로 근무했다. 그는 초기 투자비용 8만 5000달러(1억원)을 들여 ‘책의 벽’이라는 헌책방 체인점을 열었다. 조지아주에서 2012년 시작된 이 서점은 벌써 8개의 분점을 열었다. 체인 창업자인 세인 고트월은 WP와 인터뷰에서 “서점의 역할은 박물관이나 극장 같은 것”이라며 “지금 서점은 사람들이 모이는 일종의 문화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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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소형 서점을 찾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두 딸. [트위터 캡처]


중고 서점은 아마존의 장터에 중고 서적 보유 리스트를 올리거나 새로운 독립 출판사와 연계하는 방식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중고 서적은 건축 인테리어용으로도 각광받기도 한다. 주목할 점은 책방이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역할도 담당한다는 점이다. 헌책방은 각종 이벤트를 열어 이웃들을 초청하거나, 헌책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인연을 맺도록 해주기도 한다. 일종의 사회관계망 복원의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동네 서점을 가끔 찾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두 딸과 함께 워싱턴 DC의 작은 서점에 들려 책 9권을 구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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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스의 <서울의 동네서점> 발굴 프로젝트 Seoul ( ) Soul


◇한국의 헌책방=한국에서도 서점들이 문을 닫고 사라진 시기가 있었다. 5000개가 넘던 동네 서점은 지난해 1600개까지 줄었다. 하지만 최근엔 독립 서점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단순히 책만 파는 게 아니라 문화와 감성을 파는 식이다. 홍대 인디 밴드에서 활동한 가수 요조는 서울 종로구 계동에 ‘무사(無事)’라는 책방을 열고 비주류 서적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마포구의 ‘퇴근길 책 한 잔’은 영화를 틀고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공동체 역할을 한다. ‘북바이북’이나 ‘책바’ 같은 곳은 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시는 ‘책맥’이 주요 메뉴다. 작은 서점들은 카페이자 술집, 공연장이며 사랑방의 기능을 하며 책 문화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네 서점의 새로운 반란이다.

전국 독립출판 서점 지도 (링크)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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