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삼성SDI, 물산 주식 500만주 팔아라”

중앙일보 2015.12.28 02:28 종합 3면 지면보기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지분율 2.6%)를 내년 3월 1일까지 처분해야 한다고 삼성그룹에 요구했다. 올해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면서 삼성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순환출자는 계열사 지분이 ‘A사→B사→C사→A사’ 방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얽혀 있는 출자 방식을 뜻한다. 지분이 적은 기업 총수가 순환고리의 한 회사만 지배하면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지난해 7월부터 대기업 집단이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거나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강화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 내년 3월 1일까지 처분 요구
제일모직 합병으로 순환출자 강화
삼성 측 “처분 유예기간 더 달라”

 다만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처럼 그룹 내 인수합병(M&A)으로 새로운 형태의 순환출자 고리가 생기면 자체적으로 처분할 수 있게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준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삼성 계열사 전체 순환출자 고리는 10개에서 7개로 줄었지만 이 중 3개의 순환출자 고리는 강화됐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합병 전 삼성SDI는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 지분을 각각 가지고 있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쳐지면서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은 4.7%(옛 제일모직 2.6%, 옛 삼성물산 2.1%)로 늘었다. 공정위가 기존 순환출자 고리 강화에 해당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 부분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 4.7% 가운데 옛 제일모직 출자분에 해당하는 2.6%(500만 주)를 처분하라고 결정을 내렸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등기일인 올 9월 2일을 기준으로 6개월 후인 내년 3월 1일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7300억원 상당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를 매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시행 이후 법을 적용한 첫 사례”란 점도 밝혔다. 공정위가 제시한 기한 내 삼성이 문제가 된 순환출자 고리를 정리하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같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

 삼성은 공정위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삼성 측은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를 매각하더라도 삼성 지배구조 자체엔 큰 변화가 없다”며 “공정위 판단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앞으로 2개월간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를 처분하려면 기간이 짧아 주가 폭락과 주주 피해가 우려된다”며 “공정위에 처분 유예 기간을 더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으로부터 공식 유예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는 하겠지만 공정거래법상 명시적으로 유예를 인정하는 근거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박태희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