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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은 국민이 설치한 것, 일본 더는 비겁한 짓 말라”

중앙일보 2015.12.28 02:18 종합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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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평화비(소녀상)의 손 부분. 두 주먹을 꼭 쥐고 있다. [최정동 기자]


소녀는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 앉아 있다. 슬픈 표정, 불끈 쥔 두 주먹에 분노가 서려 있다. 이 위안부 평화비(소녀상)는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열세 살 ‘조선 소녀’를 형상화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바라는 생존 할머니 46명의 바람을 대변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위안부 할머니들 이전설에 격앙
“왜 자꾸 역사를 지우려고 하나”
법원에 일본 상대 정식 재판 촉구도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경우 소녀상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일본 언론에서 나온 27일 위안부 할머니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제 살아 있는 할머니들이 몇 명 안 되는데 일본이 자꾸 소녀상을 이전하겠다는 등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 협상 시간만 길어질 뿐입니다.” 김복선(83) 할머니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할머니는 소녀상보다도 한 살 어린 열두 살 때 위안부로 동원됐다. 그는 “일본 정부가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죄부터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선 위안부 할머니 6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희남(88) 할머니는 “소녀상은 우리 국민이 설치한 위안부 문제의 상징으로 정부도 마음대로 건들지 못하는 것이다. 일본이 이것저것 끌어대는 비겁한 짓은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따르면 정대협이 운영하는 쉼터에 거주하는 김복동(89) 할머니는 “소녀상은 과거에 있었던 아픈 일을 후손들이 배우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세운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 해결과 소녀상 철거는 별개의 일인데 왜 일본이 자꾸 역사를 지우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대협은 전날 성명을 내고 “평화비(소녀상) 철거 요구는 폭력적인 시도이며 또 다른 걸림돌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2013년 8월 서울중앙지법에 “일본 정부는 1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조정신청을 낸 김군자(90) 할머니 등 10명이 지난 24일 법원에 “‘조정을 아니하는 결정’을 해 달라”는 신청서를 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조정을 아니하는 결정’이란 법원이 계류된 조정 사건이 당사자 간 합의를 전제로 하는 조정으로 해결하기에 적당치 않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이 결정이 내려지면 조정신청일에 이미 민사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간주된다. 김 할머니 등이 그동안 소송에 진척이 없자 조정이 아닌 정식 재판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글=임장혁·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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