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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밴드·3호선 “크게 한판 놀아봐요, 낮술 한잔 하시고”

중앙일보 2015.12.28 01:11 종합 2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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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현준(삐삐밴드·기타), 서현정(3호선버터플라이·드럼), 달파란(삐삐·베이스), 남상아(3호선·보컬), 김남윤(3호선·베이스), 이윤정(삐삐·보컬), 성기완(3호선·기타).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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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두 밴드가 새로운 흥을 펼칠 무대를 기획했다고 했다. 가요계 특히 인디 음악의 지독스러운 명멸의 역사 속에서 불을 다시 지펴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들의 표현 그대로 소개한다. ‘인디 폭탄의 뇌관에 불을 붙이고 사라지는 듯했으나 기사회생한’ 삐삐밴드(삐삐)와 ‘내면 지향적 감성폭발의 신호탄을 쏘고 사라지는 듯했으나 세월의 지뢰밭을 건너 살아남은’ 3호선버터플라이(3호선)의 만남이다. 29일 홍대 웨스트브릿지에서 열리는 합동 공연 ‘신흥’을 앞두고 서울 합정동 연습실에서 두 밴드를 만났다. ‘신흥’의 의미부터 물었다.

내일 홍대앞서 합동 공연 ‘신흥’
뮤지션 늘었지만 듣는 이는 줄어
멤버 모두 투잡·스리잡으로 연명
“성냥처럼 다시 불 지필 새 흥분당
만두전골집서 밥먹다 의기투합”

 “옛날 성냥갑 브랜드로 ‘신흥’이 있다. 옛날 건데 새로 불 지핀다는 면에서 우리랑 맞는 것 같았다. 예전보다 신나게 놀 판이 없어진 것 같고, 여러모로 침체한 분위기를 달군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새로운 흥분당의 결성이다.”(삐삐 보컬 이윤정)

 두 밴드는 홍대에서 오며가며 술 마시다, 만두전골집에서 밥 먹다 의기투합했다. 연말에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두 밴드가 스스로 기획했다. 불타는 성냥갑 이미지를 넣은 공연 포스터는 삐삐의 보컬인 이윤정씨가 직접 디자인했다. 두 밴드는 올해 20주년을 맞은 인디 음악 안에서 같이 밥 먹고, 술 먹고, 공연하며 줄곧 엮여온 사이다. 음악적 색깔은 다른 듯해도 닮은 점이 많다. 사라질 뻔했다가 살아난 것부터가 그렇다. 1995년 ‘딸기’ ‘안녕하세요’라는 곡과 함께 데뷔한 삐삐밴드는 앙칼진 보컬, 키치적 분위기와 함께 주목받았지만 이듬해 2집을 내고 돌연 해체했다. 올해 19년 만에 미니 앨범 ‘pppb’를 내고 돌아왔다. 99년 데뷔한 3호선버터플라이는 2002년 TV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의 OST 작업으로 주목받았지만 그 후 뜸했고, 2012년 4집 앨범 ‘드림토크’로 한국대중음악상 여러 부문을 휩쓸었다.

 두 밴드가 명멸하는 동안 인디 음악은 록 기반에서 힙합·블루스 등 장르가 다양해졌으며, 뮤지션은 많아지고 듣는 사람은 적어졌고, 시장 형성은 안 되어 먹고살기 힘들어졌다고 했다. 두 밴드의 일곱 멤버는 모두 투잡, 스리잡을 한다. 삐삐의 달파란과 3호선의 성기완은 전방위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달파란은 영화음악 감독으로 유명하고, 성기완은 시인이다. 올해가 인디 20주년이라는 세간의 호들갑에도 이들의 반응은 좀 시큰둥하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냥 지나가는 것 같다”고 했다.

 삐삐밴드는 “우리는 우리였을 뿐”이라며 굳이 어떤 정체성에 매이길 거부했지만, 인디 음악에서 그들은 1세대 크라잉넛보다 앞선 0.5세대로 꼽힌다. 3호선의 성기완은 “비슷한 세대지만 저런 친구들이 있구나 감탄했다”며 “삐삐 이후에 인디 음악에서 안 보이던 흐름이 생겼고 이번 무대도 일종의 오마주를 담았다”고 전했다.

 오랜 친분이 있는 두 밴드를 모아 이야기를 나누자니 인터뷰는 수다의 장이 됐다. 아예 대놓고 서로 인터뷰해보자고 했다.

 "3호선의 노래는 대부분 무거운 주제가 많은데, 그렇게 심각한 이야기를 하면 서로 좀 민망하지 않나.”(이윤정)

 “우리도 삐삐밴드처럼 막 미친듯이 해보고 싶은데 안 된다. 언니가 한 말 기억나나. 3호선이 노래 부르면 관객들이 눈 감고 음미하는데, 내가 노래하면 관객들 눈이 뒤집혀 있다고 했던 말.”(3호선 드러머 서현정)

 “맞다. 내가 노래 부르면 관객들이 입이 쩍 벌어진다. 어떻게 살아왔기에 저렇게 노는 거지 하고. 이번 공연 때 어느 팀이 먼저 하느냐에 따라 관객들이 정서적으로 좀 불안하기도 하겠다. 하하.”(이윤정)

 이들이 안내하는 ‘신흥’ 즐기기 지침서는 낮술 한잔이다. 일곱 명이 일시에 외쳤다. “크게 음악 틀고 논다 생각하고 오시라!”

글=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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