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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마술사와 사랑, 이렇게 진한 멜로는 처음 '조선 마술사' 고아라

중앙일보 2015.12.28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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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멜로 사극 ‘조선마술사’로 3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 고아라. [사진 전소윤 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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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환희(유승호·오른쪽)와 사랑에 빠지는 조선의 공주 청명(고아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응답하라 1994’(tvN)에서 억척스런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성나정 역으로 큰 인기를 끈 고아라(25). 그가 연말 애틋한 멜로 연기로 돌아온다. 30일 개봉하는 ‘조선마술사’(김대승 감독)를 통해서다. ‘조선마술사’는 조선시대 가상의 유흥업소 ‘물랑루’를 배경으로 조선 최고의 마술사 환희(유승호)의 사랑과 모험을 다룬 판타지 멜로 사극이다. 군복무를 마친 류승호가 영화로는 첫 번째 복귀하는 작품이라 더욱 화제다. 고아라는 여기서 청나라 왕자와 정략 결혼을 앞두고 환희와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조선의 공주 청명을 맡았다. ‘파파’ ‘페이스 메이커’ 이후 3년 만의 스크린 나들이다.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로맨스 연기를 했지만 정말 진한 멜로는 해본 적이 없어요. 폭넓은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고요, 또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스무 살 역할을 하겠어요?”(웃음)

 고아라가 연기한 청명 공주는 실제 조선의 공주였던 의순공주를 모티브로 했다. 효종의 양녀로서 1650년 청나라 왕과 정략 결혼했던 인물이다. 김대승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고아라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구상했다. 고아라 역시 “똑같은 슬픔이라도 매번 감정의 결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청명의 역할에 강하게 끌렸다. 그는 의순공주가 느꼈을 슬픔에, 배우로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떠올려가며 연기했다고 했다. “열여섯에 청나라로 시집가는 의순공주의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했어요. 청명의 의상을 입거나 버선을 신을 때마다 그 참담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죠. 저와의 공통점도 찾으려 했어요. 대중 앞에 여배우의 이미지로만 비칠 뿐, 인간 고아라를 보여줄 수 없는 답답함과 슬픔을 떠올렸더니 연기가 좀 수월해지더라고요.”

 청명이 환희와 사랑에 빠지는 대목은 단지 사랑 연기가 아니라 운명에 순응해온 청명이 “자기 감정의 주인이 되는” 대목으로 이해했다. “중학교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기에 사춘기를 따로 실감한 적이 없었죠. ‘진짜 나는 누구일까’ 답을 찾는 게 힘들었달까요. 하지만 결국 저를 구원한 건 연기였습니다. 집에서 편히 쉴 때보다 현장에서 연기할 때 더 숨통이 트여요. 그 접점을 영화에 표현하려 했습니다.”

 알려진대로 고아라는 2003년 KBS2 청소년 드라마 ‘성장 드라마 반올림#1’으로 데뷔했다. ‘반올림’의 옥림이 역할로 주목받았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 시절도 꽤나 길었다. 연기의 터닝포인트가 된 ‘응답하라 1994’는 그간 그가 남몰래 쌓아온 노력과 열정에 대한 ‘응답’ 같은 드라마였다.

 “‘응답하라 1994’는 제가 가진 발랄한 기운을 연기할 수 있어 편했고, ‘조선마술사’는 제가 잘 모르는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어 큰 공부가 됐어요. 하나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작은 숨소리 하나라도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춰가는 방법을 배웠죠. 배우에게 처음부터 ‘잘 맞는 역할’이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내 안에 있는 재료들로 점점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거죠.”

 이번에 멜로연기는 원없이 해봤으니 앞으론 액션이나 ‘팜파탈’도 해보고 싶다는 그는 “경험이란 작은 물줄기를 흡수하는 강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죽기 전까지 가능한 여러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담아 언젠가 제 이름으로 된 시집 한 권을 내는 게 꿈”이라고도 했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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