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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학교폭력, 정말 줄었을까?

중앙일보 2015.12.28 00:45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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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경
이화여대 교수
학교폭력예방연구소장

답부터 말하자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학교 폭력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어 왔지만 2011년 말 시작된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로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인 관심이 되었다. 2012년을 기점으로 학교폭력예방대책이 수립되고 가해자에 대한 조치 기준이 강화되는 등 범국가적인 차원의 정책이 수립되었다.
 

학교·정부·학부모의 공동 대처로
학교폭력 현저히 감소하기 시작
요즘은 언어·사이버 폭력이 빈번
처벌 강화보다 예방교육이 중요


그리고 정신 없이 달려온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폭력은 하향 안정 추세에 접어들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이는 선진국이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해 안정권에 진입한 기간에 비하면 매우 빠른 시일 내에 이례적으로, 그리고 압축적으로 이 과정을 경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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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대책 또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이어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났다. 효과적으로 정책이 시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국민이 일심동체가 되어 학교폭력 문제에 대처했기 때문이다. 모두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학교·가정·사회 할 것 없이 무언의 동의와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폭력 예방 대책은 교육부는 물론 국무총리실·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법무부·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가 협업과 소통을 통해 정책을 실천한 ‘정부 3.0’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의 통계를 보자. 지난 12월 1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피해 응답률이 2013년 1.9%(약 7만7000명)에서 2015년 0.9%(약 3만4000명)로 감소했다. 특히 2011년 중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한 대구 지역은 2013년 실태조사 이후 계속해 피해 응답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교급별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교(1.4%), 중학교(0.7%), 고등학교(0.5%) 순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2013년 대비 대폭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안심하기 어려운 지표도 남아 있다. 여전히 학교폭력 가해자는 동 학교 동급생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피해 시간은 잘 알고 있듯이 교사의 통제가 없는 쉬는 시간이나 하교 이후에 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장소는 학교 안, 주로 교실 내에서 발생하는 편이며 최근에는 학교폭력의 새로운 피해 장소로 사이버 공간이 지목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학교폭력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이다. 고등학교 학생의 학부모보다 초등학교 학생의 학부모가 학교폭력이 더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학부모의 75.2%가 자녀와 학교폭력에 대해 대화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와 자녀들의 대화 주제는 주로 자녀 주변의 학교폭력 사건(27.1%), 학교폭력 발생 시 대응방법(24.8%) 등으로 이루어진다고 응답했다.

 시행 초기에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자체에 대한 신뢰성과 타당성에 대한 질문도 많았고, 전수 조사로 인한 교사들의 고충도 심심찮게 들렸다. 그러나 요즘 들어 이런 문제제기가 부각되지 않는 것을 보면 학교폭력 신고가 의무화되어서이기도 하지만, 학교폭력 실태조사 자체가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 개인의 느낌을 넘어 실제 현실이 그렇다. 실태조사 참여율이 증가하면서 학교폭력의 민감성이 높아지고, 단기적이지만 실제로 피·가해 응답률, 목격 응답률 모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학교폭력이 저연령화되는 추이를 반영해 초등학교 저학년, 나아가 유치원생들에게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실태조사 효과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 고려해 볼 부분이다.

 선진국은 이미 강력한 조치나 처벌 기준 강화보다 예방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확신하고 있다. 잠재해 있는 학교폭력에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고 경험하는 교육의 힘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폭력 상황에 당면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건강한 방어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변화시키는 것, 가해학생이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뉘우치게 하는 것도 교육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학교가 존재하는 한 학교폭력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하는 것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것인지, 어떤 것이 학교폭력 근절에 효과적인지를 교육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알고 있다. 최근에는 눈에 띄는 신체적인 폭행, 금품 갈취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 언어 폭력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 등으로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고 인성교육을 꾸준히 실시한다면 우리나라 학교 문화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학교 폭력 방지는 결국 우리 모두가 앞으로 하기 나름에 달렸다.

한유경 이화여대 교수 학교폭력예방연구소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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