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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韓정부, 소녀상 이전 검토"…외교부 "터무니없는 보도"

중앙일보 2015.12.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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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평화비의 소녀상이 조용히 일본 대사관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한국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의 이전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진전이 있을 경우 한국 정부가 시민단체에 대한 설득을 시작할 전망”이라고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소녀상 이전에 대해 논의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며 “일본 언론의 터무니없는 추측성 보도는 위안부 피해자들과 국민 감정을 자극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2011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 1000회를 기념해 시민 모금을 주도하며 소녀상을 설치했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요미우리는 ‘소녀상 이전, 한국이 검토’라는 제목의 1면 기사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서울 남산에 건설될 예정인 공원 '위안부 기억의 터' 등이 소녀상 이전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본질적인 문제에서 진전이 있으면 관련된 부분도 진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 보도에 대해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피해자, 시민단체가 그간 한 목소리를 내왔다"며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론 분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소녀상은 이미 정대협도 어쩌지 못하는 공동의 존재가 됐다. 철거하거나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억의 터’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추진되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 타결의 전제 조건으로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 측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은 민간 단체가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인 만큼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외교부는 “소녀상 이전 장소로 남산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는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아직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지 않아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측으로부터 계속 터무니 없는 언론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일본 측의 저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과연 일본 측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갖고 이번 회담에 임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이날 주한 일본대사관 고위 관계자를 불러 일본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엄중 촉구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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