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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그날의 분위기' 유연석&문채원 "우리 지금부터 조금씩 알아가는 걸로""

[매거진M] '그날의 분위기' 유연석&문채원 "우리 지금부터 조금씩 알아가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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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KTX 열차 안. 수정(문채원)의 옆자리에 앉은 낯선 남자, 재현(유연석)이 자꾸 말을 건다. 수정은 그런 재현이 귀찮다는 듯 눈길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재현은 물러서지 않는다. 게다가 대뜸 “오늘 웬만하면 그쪽하고 자려고요”라고 말한다. 재현의 도발적인 태도에 수정은 말문이 막힌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행선지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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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의 분위기’(2016년 1월 14일 개봉, 조규장 감독)는 열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밀당 끝에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솔직하게 감정을 꺼내놓는 남자와 머뭇거리는 여자의 알콩달콩한 밀당을 담았다. 유연석(31)은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 tvN)의 순정파 칠봉이를 지우고, 자유 연애를 추구하는 ‘나쁜 남자’ 재현으로 돌아왔다. 재현은 마음만 먹으면 여자를 유혹할 수 있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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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채원(29)은 ‘오늘의 연애’(1월 14일 개봉, 박진표 감독)에서 ‘날씨의 여신’으로 추앙받았던 매력적인 기상 캐스터 현우처럼,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수정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이 부산에 내려간 이유는 어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스포츠 에이전트인 재현은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자취를 감춘 농구 선수를 찾아야 하고, 화장품 회사 마케터인 수정은 그 농구 선수의 광고 모델 계약을 따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둘은 점차 서로의 감춰진 진면목을 알게 된다. 영화 촬영 후 오랜만에 만난 유연석과 문채원은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처럼 다정한 모습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훈훈하게 달궜다.

 

거침없는 바람둥이, 최선을 다했다
유연석


유연석은 말 그대로 ‘밀크남’이었다. 훤칠한 키에 뽀얀 피부, 게다가 온화한 미소까지 겸한 그를 부르는 말이다. ‘실제로 보니 더 잘 생겼다’는 칭찬에 손사래를 치는 겸손함까지 갖췄으니 여성들의 마음을 훔칠 만하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유연석은 ‘그날의 분위기’의 재현이 스크린을 뚫고 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말투는 상냥했고, 행동은 점잖았다. 어느덧 데뷔 13년 차에 접어든 그는 “일상에서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을 연기할 때 흥미를 느낀다”며 “이전과는 또 다른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재현에게 끌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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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장 감독이 재현 역에 1순위로 찍은 배우였다고 들었다.
“첫 미팅 때 조 감독님이 그러더라. ‘연석씨처럼 바람 안 필 것 같은 남자가 바람둥이 역할을 맡으면 여자들이 잘 넘어오지 않을까’. 듣고 보니 칭찬 같았다(웃음). 그리고 재현이 나와 많이 다른 점도 마음에 들었다.”
재현과 자신을 비교한다면.
“재현은 여성에게 대놓고 들이대는 타입이다. 난 절대 그렇게 못한다(웃음). 사실 예전에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어서 연락처를 물어본 적은 있다. 소심하게 머뭇거리진 않았지만 재현처럼 막 쑤시고 다니진 않았다. 하하. 그래서 나와는 많이 다른 재현을 어색하지 않게 보여주는 게 숙제였다.”
숙제를 잘 풀었다고 생각하나.
“최선을 다했다(웃음).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작업 멘트를 날리거나 질펀한 농담 따먹기 하는 모습을 연기하는 데 주변 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내 주변에는 자유롭게 연애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웃음). 스포츠 에이전트로서의 유능한 모습은 미국 드라마 ‘앙투라지’(2004~2011, HBO)의 아리 골드(제레미 피번)를 참고했다. 분주한 생활 한가운데서 능수능란하게 일을 처리하는 아리 골드의 모습이 딱 떠올랐다.”
로맨틱 코미디에선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문채원과 카메라 밖에서 어떻게 지냈나.
“둘 다 먹는 걸 좋아해서 짬날 때마다 함께 맛집 투어를 했다. 지방 로케이션이 많았던 덕분이다. 전라남도 장흥에서는 한우 삼합을, 여수에서는 장어 샤브샤브를 먹었는데 맛이 일품이더라. 역시 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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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뚫는 남자’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는데.
“20대 초반에 영국을 한 달 정도 여행한 적이 있다. 당시 ‘페임’ ‘오페라의 유령’ 같은 뮤지컬을 보며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너무 재밌어서 밥값을 아껴가며 봤다. 그때부터 언젠가 기회가 되면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 때마침 ‘벽을 뚫는 남자’ 제작진에서 먼저 제안이 왔고, 꿈을 실현해 보고 싶었다.”
첫 무대에 선 느낌은 어땠나.
“너무 떨려서 잘 생각나지 않는다. 만성 비염을 앓고 있어서 노래를 잘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직까진 괜찮다. 공연은 자기 관리가 진짜 중요하더라.”
‘혜화, 동’(2011, 민용근 감독) 등 독립영화에서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온 성실한 이미지가 있다.
“초등학교 때 학예회에서 처음 연기한 이후로 배우를 꿈꿔왔다. 대학(세종대)에서도 연기를 전공했고. 사실 템포를 조절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겹치기 촬영으로 신경을 제대로 못 쓴 작품도 몇 편 있기 때문이다. ‘이 배역은 유연석이니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만큼 배우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는 작품을 연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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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되돌아 보면.
“지난해 11월에 ‘그날의 분위기’ 촬영을 시작해 올해 초에 끝났다. 이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뷰티 인사이드’(8월 20일 개봉, 백감독)를 체코에서 촬영했고, 드라마 ‘맨도롱 또똣’(MBC) 끝내고 ‘해어화’(내년 개봉 예정, 박흥식 감독)를 찍었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도 합류했고. 돌아보면 여유가 없던 것 같다. (옆에 있던 매니저를 쳐다보며) 내년에는 겹치기 촬영은 자제하려고 한다(웃음).”
지난 10월 이태원에 다이닝 바(루아 라운지)를 오픈했다. 사업을 하고 싶은 건가.
“거창한 사업은 아니다. 일종의 아지트다(웃음). 사실 배우는 미팅이 많은 직업 아닌가. 그래서 지인들과 함께 작품 이야기를 할 만한 곳을 찾다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됐다. 내부 인테리어를 직접 했는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 하하.”
20대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사진을 찍든, 무엇을 만들든 늘 뭔가 하고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선배들이 그러더라. ‘너무 채우려고만 하지 마라. 비울 줄도 알아야 한다’고. 요즘 그 말에 공감한다. 예전에는 여행가면 물집이 생길 때까지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쉼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차기작 ‘해어화’에서는 어떤 역할인가.
“예기(藝妓)를 꿈꾸는 정소율(한효주)과 서연희(천우희)에게 곡을 써주는 작곡가 김윤우 역할이다. 두 여성 사이에 낀 남자다(웃음). 애틋한 삼각 관계를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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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연석이 꽂혀 있는 것

“화장품부터 가구까지 뭔가를 만드는 데 흥미를 느낀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느낌이랄까. 요즘은 가구를 재배치하는 게 재미있다. 인테리어 관련 블로그를 검색하거나 책을 보며 감각을 익히고 있다.”

 

낯선 남자의 유혹? 매력 넘친다면 넘어갈 수도

문채원


문채원은 달변가다. 말투는 느리지만 논지가 분명하다. 민감한 질문도 가볍게 눙치는 법이 없다. “농담을 싫어한다”는 성격답게 솔직하되 진중한 답변은 그가 여리지만 강단 있는 사람이라는 걸 말해준다. 그러고 보면 그는 늘 구원을 기다리기보다 운명을 개척하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더 사랑받았다. ‘그날의 분위기’의 수정도 그저 예쁘고 꽉 막힌 여자만은 아니다. 낯선 남자 재현을 통해 수정이 얻는 건 연애 세포 그 이상이다. 온전히 자신을 위한 충만한 삶. 그건 지금 문채원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화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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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부러지는 전문직 여성을 많이 연기했는데 실제로 보니 훨씬 느긋한 인상이다.
“내 안에 커리어우먼은 없다(웃음). 심각하고 드라마틱한 캐릭터를 좋아할 뿐이다. 관객으로서 취향도 메시지가 강한 법정 드라마·스릴러 쪽이다. 고작 두 시간 동안 7대 죄악을 고민하게 하는 ‘세븐’(1995, 데이비드 핀처 감독) 같은 영화. 보는 내내 나를 돌아보게 하면서도 스릴러적인 재미를 충분히 주잖나. 로맨틱 코미디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한때는 출연할 생각조차 못했다.”
‘오늘의 연애’에 이어 ‘그날의 분위기’도 로맨틱 코미디인데.
“좋아하는 것도 지칠 때가 있다. 나한테는 지난해가 그랬다. 혼자서 큰 짐을 지는 극적인 캐릭터가 버겁게 느껴졌다. 그때 ‘오늘의 연애’를 만났다. 로맨스도 겪어보니까 나름의 즐거움이 있더라. 정신적으로도 덜 힘들고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젊음을 불사를 수 있잖나(웃음). 여배우가 주연할 수 있는 작품의 범주가 워낙 좁기도 하고.”
‘그날의 분위기’는 무엇에 가장 끌렸나.
“제목이 좋았다. ‘오늘의 연애’에선 마음껏 까부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그날의 분위기’는 제목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로맨스다. 큰 갈등은 없지만 주인공들의 여정을 쫓아가는 맛이 있다. 이런 영화일수록 배우의 연기력이 더 잘 드러난다. 큰 스크린에서 진짜 내 실력을 가늠해 보고 싶은, 도전하는 마음도 있었다.”
KTX 옆자리에 앉은 낯선 남자가 다짜고짜 하룻밤 자자고 유혹하는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실제라면 엄청난 실례지. 근데 기차 여행을 하다 보면 그런 로망이 있잖나. ‘비포 선라이즈’(1995,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처럼 멋진 남자가 마주앉지 않을까 하는. 영화 속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대신 상상을 했다. 예전에 배우 조쉬 하트넷을 좋아했거든. 만약 그처럼 엄청나게 멋있는 남자가 유혹하면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나 같으면 대화는 해 볼 것 같다. 이상한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한 다음 잘 되면 로맨스가 싹틀 수도 있는 거고(웃음).”
영화 속 재현과 실제 유연석을 비교하자면.
“재현은 ‘쿨’한 남자잖나. 연석 오빠는 꼼꼼하고 은근히 잔소리도 많이 한다(웃음). 밀싹 주스처럼 좋은 게 있으면 주변에 권하면서 사람을 잘 챙기는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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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남녀의 로드 무비에 술이 빠질 수 없다. 연기하며 실제 소주를 마시기도 했다고.
“소품 준비가 안 돼서 입 안에 털어 넣고 촬영 후에 뱉었다. 술 자체를 즐기는 편은 아니어서 억지로는 한 모금도 못 먹는다.”
뭐든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하는 스타일은 아닌 듯하다.
“너무 싫으면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주관이 뚜렷하다. 강인한 역할을 할 때 더 에너지가 넘쳐 보였던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캐릭터를 좋아한다. 근데 배우는 평가받는 직업이잖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나를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 그걸 깨고 싶어서 고민도 많이 했다. 긴 머리를 잘라 볼까. 외모에 어떤 변화를 줘야 하나. 한편으로는 답답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땐 지나치게 보이시함을 요구하는 영화가 많다. 꼭 그래야만 하나? 나는 여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가 좋다. 연약해도 어찌 됐건 스스로의 힘으로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는 게 더 강해 보인다. 억지로 보이시한 설정을 추가하면 여자라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여자 형사나 법조인이 전부 남자 같은 말투를 쓰거나 숏커트를 하는 건 아니잖나. 지금으로서는 주어진 작품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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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를 돌아본다면.
“일보다는 개인적으로 피곤하고 정신없는 한 해였다. 생각보다 내가 지혜롭지 못했구나 싶다. 본의 아니게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계기가 있었다. 내 분수를 안다는 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예전에는 작품이든, 인간 관계든 원하는 건 욕심을 부렸다. 다 붙잡으려고 애쓰다 보니 불상사가 생기더라. 나를 너무 괴롭힐 것 같은 욕심이라면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겁나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 삶에는 어느 정도의 여백도 필요하니까.”
‘그날의 분위기’가 개봉할 즈음엔 이진욱과 호흡을 맞추는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MBC)을 찍고 있겠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한 순정 만화 원작의 복수극을 담은 드라마다. 순정 만화 속 여주인공이 명랑하면서도 의존적인 면이 있잖나. 걱정도 되지만 괴롭기만 할 것 같진 않다. 뼈저리게 나 자신을 깨달은 만큼 앞으로 일상도 달라지지 않을까. 새해도 만만치는 않겠지만 조금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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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채원이 꽂힌 것

“작품이 끝나고 혼자 있고 싶어지면 여행을 간다. 가고 싶은 장소, 먹고 싶은 음식 목록을 다이어리에서 부지런히 지우며 즐거워하는 스타일이다.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꼬박 24시간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그곳에서 해지는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염없이 바라보며 혼자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절실히 느꼈다. 잠시 살아볼 수 있다면? 홍콩에 머물고 싶다. 활기차면서도 외롭지 않았던 유일한 도시다.”

지용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사진=전소윤(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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