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토요 정담(政談)] 강철수·독철수·쾌철수 … 안철수 달라졌다

중앙일보 2015.12.26 01:45 종합 3면 지면보기
“옛날이랑 딴판이네요.”

탈당 그후 안철수 스타일

눈도 못 마주치더니 눈빛 변해
목청 커져 “웅변과외 받았나”

“야당, 천천히 죽는 개구리” 날 세워
638m 수락산 한번도 안 쉬고 올라

“내가 빠진 야당, 안철수 없당인가”
“민어회 먹으니 회식이네요” 농담

2억 넘는 당사비용, 개인 돈 지불
스타일처럼 비전도 달라질지 주목

 23일 오후 7시 서울 마포 용강동의 한 식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악수를 한 중년 여성이 옆 사람 어깨를 툭 치며 속삭였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회원들의 송년회였다. 중년 여성은 안 의원을 가리키며 “예전엔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더니 이젠 쳐다보는 눈빛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안철수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2012년 대선 때 ‘철수(撤收)정치만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그가 지난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달라졌다는 말이 잦아졌다.

 
기사 이미지
 ①강(强)=탈당 9일째인 지난 21일 창당 구상을 밝히는 기자회견장에 나온 안 의원의 헤어스타일은 바뀌어 있었다. 옆머리를 짧게 자르고 이마를 더 내보여 ‘강한 인상’을 풍겼다.

 평소 조용조용한 말투의 그는 정책네트워크 내일 송년회에선 건배사로 “소나기”를 외쳤다. “소중한 나눔의 기회를 위해서”라며.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후퇴는 없다. 강(强)철수의 길을 가겠다”고 했으며, “국민들께서 부족한 제게 낡은 정치를 바꾸라며 소중한 불씨를 주셨다. 절대로 꺼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때는 ‘절대로’에서 목청껏 소리를 높여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웅변 과외를 받은 줄 알았다”며 “이제까지 들은 (안 의원의) 대중 연설 중 최고였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②독(毒)=토크콘서트 등에서 청년들에게 읊조리는 듯 말하는 ‘위로 화법’을 구사했던 안 의원은 최근 날을 세운 ‘공격형 화법’으로 바뀌었다. 부산(15일)에선 “현재 야당은 집권할 수도 없지만 집권해서도 안 된다. 평생 야당만 하기로 작정한 정당” “새정치연합은 물이 천천히 뜨거워지면 안락하게 있다가 죽는 냄비 속 개구리 같다”고 말했다. 광주(17일)에선 “내가 탈당해 어부지리로 새정치연합이 승리하면 책임질 거냐고 비판하는데, 결과에 대해선 책임질 것”이라고도 했다. 측근들은 “전투형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모범생 이미지와 달리 등산을 즐긴다. 틈날 때마다 자신의 아파트 뒷문으로 나와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를 이용해 정상(638m) 위 배트민턴 장까지 오른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아 ‘수락산 날다람쥐’라고 불린다”고 했다.

 
기사 이미지
 ③쾌(快)=공식석상에서 농담을 하는 빈도도 잦아졌다. 측근들은 “정치가 한결 편해진 것”이라고 말한다. 23일 정책네트워크 내일 총회장에서 ‘새정치연합이 새 당명을 공모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그 당은 이제 안철수가 빠졌으니 ‘안철수 없당’ 아닌가”라며 “신당 이름은 ‘안철수 있당’으로 해야겠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17일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 민어회가 나오자 “회를 먹으니 회식이네. 회식 하세요”라고 농을 던졌고, 지난달 30일 택시기사와의 간담회 자리 분위기가 서먹하자 “제가 얼마 전에 들은 농담이 있다. 최근 한국전력이 조사한 결과 여의도의 전력소비량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한다. 여의도 국회에서 하도 자가발전하는 사람이 많아서”라고 말해 웃음을 이끌어냈다.

 
기사 이미지
 ④전(錢)=지난 9월 새정치연합의 혁신안 발표에서 12월의 탈당 기자회견(13일)까지 안 의원은 주로 일요일에 기자회견을 한다. 주변에선 월요일 시작되는 정국 여론을 주도하고, 자신이 소유한 안랩주식이 ‘정치테마주’인 만큼 시장 반응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올 초 공직자 재산신고 당시 안 의원은 자신이 보유한 안랩 주식 186만 주를 주당 3만6000원으로 쳐 669억6000만원을 신고했다. 그러나 안랩의 주가는 안 의원이 탈당한 뒤 하루에 20% 이상씩 올랐다. 안랩은 23일 이례적으로 “주가 급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다”며 투자유의를 공시하기도 했다. 안랩 주식 시가는 24일 종가 기준 7만5000원이다. 보유주식액도 1395억원으로 배 이상으로 불었다. 안 의원은 마포당사 보증금 2억5000만원을 선뜻 자기 돈으로 내놨다.

 스타일에서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는 안 의원의 정치관과 비전도 달라졌을까. 답은 27일 나온다. 안 의원은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모친(박귀남)의 팔순잔치를 위해 부산에 머문 뒤 27일 상경해 신당 운영 기조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다.

이지상·위문희 기자 ground@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