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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호스, 불난 서해대교 100m 주탑에 끌어올려 사투

중앙일보 2015.12.26 01:32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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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교 화재를 진압한 박상희·유정식·김경용·박상돈·이태영 소방관(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 [사진 경기도]

“화점(火點·불의 중심)이 주탑 기둥에 가려 진화가 어렵습니다. 이러다가 케이블이 또 끊어질 수 있습니다.”(김경용 소방사)

이병곤 센터장 희생 딛고 진화 성공
평택소방서 영웅 5인 1계급씩 특진

 “본부 나와라 오버, 직수(화점에 직접 쏘는 방법)로는 불가능하다. 방수(케이블 위쪽에 물을 뿌려 아래로 흘려 내리는 방법)로 전환해야 한다. 지시를 내려달라 오버.”(박상돈 소방위)

 “알았다. 즉시 방수로 전환하라. 오버”(소방본부)

 지난 3일 오후 6시12분 발생한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방향 서해대교 2번 주탑 화재 당시 출동했던 소방관들의 대화다. 오후 7시쯤 144개 케이블 중 72번째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먼저 출동해 진압작전을 하던 이병곤(54) 평택소방서 포승센터장 등 소방관 3명을 덮쳤고 이 센터장이 숨졌다. 하지만 불은 여전히 꺼지지 않아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선배의 죽음에도 불을 꺼야 했던 평택소방서 박상돈(50·소방위) 팀장과 유정식(37) 소방장, 이태영(32)·김경용(33)·박상희(30) 소방사 등 5명은 100m 높이의 주탑과 주탑을 연결하는 기둥(가로보)에 올라섰다. 강한 바람 탓에 헬기를 띄울 수 없어서다. 길이 130m, 무게 45㎏의 소방호스를 서해대교 바닥에서 가로보까지 끌어올리는 데만 30여 분이 걸렸다. 오후 8시30분 본격적인 진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화점이 주탑에 가려 물이 전달되지 않았다. 강풍과 눈보라에 가로보 바닥은 미끄러웠고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다. 30여 분간 집중적으로 물을 뿌렸지만 화점을 잡지 못했다. 자칫 케이블이 추가로 끊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 팀장 등은 ‘직수가 안 되면 케이블을 적셔 잡는 방법을 쓰자’는 판단에 본부에 보고 후 케이블 위쪽에 물을 뿌려 케이블을 적시는 방수에 나섰다. 한 명이 난간 밖으로 머리와 어깨를 내밀면 또 다른 대원은 그를 끌어안아 잡아 주는 방법으로 5명이 40여 분간 사투를 벌여 오후 9시43분 화점을 잡는 데 성공했다. 박 팀장은 “빨리 불을 꺼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안전을 뒤로한 채 화재 진압에 나서 준 대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들 5명을 내년 1월 4일자로 1계급 특진시키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소방대원은 경기도 소속 공무원이다. 남경필 지사는 “강풍 속에서도 100m 높이의 주탑에 올라 화재를 진압해 2차 피해를 막은 5명의 소방관의 용기와 희생정신에 감사드린다. 귀중한 생명을 구한 진정한 영웅들”이라고 말했다.

수원=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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