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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 호랑이는 로또…돈이 목적인 시대 시작”

중앙일보 2015.12.26 01:28 종합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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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흥행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공세 속에서 선전하고 있는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있다. ‘히말라야’와 ‘대호’다. 지난 16일 동시 개봉한 세 영화의 성적은 ‘히말라야’(245만 명), ‘스타워즈’(156만 명), ‘대호’(102만 명) 순이다(24일 현재,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40대 감독이 만든 두 영화는 산악 촬영 , 호랑이 CG 등 한국 영화의 기술적 성장도 보여준다.

‘스타워즈’ 맞서 선전하는 한국 영화
영화 ‘대호’ 박훈정 감독 “대립 아닌 공존 이야기 어른 동화 만들고 싶었다”


‘대호’의 박훈정(41) 감독은 배우 최민식이 인정하는 ‘충무로의 이야기꾼’이다. ‘악마를 보았다’(김지운 감독), ‘부당거래’(류승완 감독) 등의 시나리오를 썼고 한국형 누아르로 주목받은 ‘신세계’를 연출했다. ‘대호’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사냥꾼(최민식)의 이야기다. 통상적인 쫓고 쫓기는 관계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스토리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순제작비 140억원. 호랑이 CG 작업에 1년이 걸렸다. 

 박 감독은 “원래는 팔려고 쓴 시나리오였다”며 “평소 내 성향과 달리 착한 영화”라며 웃었다. 스스로 “욕도 하고 폭력도 있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라는 그는 “직접 연출 못하겠다고 버텼는데, (최)민식 형이 당신이 썼으니 당신이 연출하라고 몰아붙였다”고 털어놨다. 팔려고 쓴 얘기지만 무조건 잘 팔릴 이야기라고 확신하진 않았다. 대립이 극심한 얘기를 좋아하는 요즘 관객 성향을 알기 때문이다. “요즘엔 대립이 극심할수록 잘 팔린다. 하지만 여기서는 대립 아닌 공존을 이야기했다. 무거운 시대에 짓눌린 ‘어른 동화’처럼 만들고 싶었다.”

 영화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다. 민족수탈기인 이 시대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 흥미롭다. “일본이 조선을 많이 수탈했다. 그런데 일본이 수탈하고 남은 것을 또 수탈하는 것이 조선인이었다. 가령 일제강점기 이전 사냥꾼들은 잡을 만큼만 잡았지만, 일제시대 조선인들은 호랑이를 복권처럼 여겼다. 먹고살기 위해 필요한 만큼 사냥하는 게 아니라 돈이 되기 때문에 사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일제시대가 우리 민족으로 봤을 때 개인적 욕망이 본격적으로 열린 시대가 아닐까”라고 했다. “아마도 당시 부도덕한 위정자들을 보면서 나만 먹고 잘살면 되는구나, 저렇게 해도 천벌을 받지 않는구나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찌 보면 천민자본주의의 싹이 열린 시대, 과정은 필요 없고 결과만 좋으면 무조건 괜찮은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영화는 러닝타임이 139분으로 긴 편이다.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스크린을 꽉 채우는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었다”는 게 박 감독의 변이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사진=여다연(STUDIO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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