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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2008년 하나의 시점, 제각각 5명의 시선

중앙일보 2015.12.26 00:33 종합 2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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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채 등 5명 지음
강, 320쪽, 1만4000원


2008년에 등단한 소설가 다섯 명이 2008년을 소재로 쓴 중·단편 다섯 편을 묶은 테마 소설집이다. 그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우선 새 대통령 1년차였다. 하지만 전해 말 발생한 서해안 기름유출 사건의 수습, 숭례문 방화 사건, 곧이은 광우병 촛불집회 등 숨가쁜 사건의 연속이었다. 급기야 나라 전체를 얼어붙게 만든 금융위기까지 닥쳤다.

 같은 해 등단을 핑계로 말 많고 탈 많았던 2008년을 다루겠다고 했지만 작품들이 억지스럽게 그 해에 매여 있지는 않다. 작가에 따라 2008년 의존도도 천차만별이다. 사건 전개상 필수적인 경우도 있고(이경희의 ‘달의 무덤’), 얼마든지 다른 연도로 대체가능한 작품도 있다(조현의 ‘선택’).

 그 차이와 다양성 덕분에 소설집이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사실 다섯 작품은 작가들이 같은 해 등단했다는 싱거운 공통점을 빼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제나 소설 색깔, 문장의 느낌 등이 제각각이다.

 양진채의 ‘플러싱의 숨 쉬는 돌’은 현실의 중력에 맞서 싸우거나, 살아 숨쉬는 돌멩이 찾기라는 비현실적 꿈을 통해 변칙으로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정태언의 ‘성벽 앞에서-어느 소설가 G의 하루’는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현대적 다시 쓰기다. 이경희의 작품과 허택의 ‘대사 증후군’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사람들이 스스로의 오만과 탐욕에 의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나는 드라마다.

 조현의 작품은 시종일관 짜릿하다. 조직원의 기억을 통제하는 미래 기업의 인사관리 기법이 소재인데, 결말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다. 가상과 현실이 뒤바뀌는 반전이 서너 번 일어나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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