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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추운 겨울 온기 전해줄 애니메이션 3편…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애니메이션

중앙일보 2015.12.25 18:01
세밑 한파가 매서운 요즘, 마음에 온기를 더해 줄 세 편의 애니메이션이 나란히 개봉한다. 당신을 동심의 세계로 안내할 ‘어린왕자’, 원작의 따뜻한 감성을 3D로 되살려 낸 ‘스누피:더 피너츠 무비’, 뱀파이어 가족의 유쾌한 이야기 ‘몬스터 호텔2’다. 팍팍한 현실에 지친 어른들에게 포근한 감성을 선사하고, 가족을 되돌아보게 하는 연말 선물 같은 작품이다. 세 편을 미리 챙겨 본 기자들이 작품의 매력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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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The Little Prince)
감독: 마크 오스본
목소리 출연: 제프 브리지스, 레이첼 맥애덤스, 맥켄지 포이, 마리옹 코티아르, 제임스 프랭코, 베니치오 델 토로
상영 시간: 106분
개봉일: 12월 23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네가 날 길들인다면 우린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가 돼.” 앙투안 드 생텍쥐베리(1900~44)의 소설 『어린왕자』가 첫 출간 후 70여 년이 지났음에도 전 세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명대사 때문이 아닐까. 『어린왕자』는 여러 행성을 여행하는 어린왕자의 모습을 통해 어른들이 잊고 사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웠다.

애니메이션 ‘어린왕자’는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노인이 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은 일과를 분 단위로 쪼개 사는 소녀(맥켄지 포이)다. 그는 자신을 명문 학교에 진학시키려는 엄마(레이첼 맥애덤스)의 극성 탓에 친구 하나 없이 외롭게 지낸다. 어느 날 옆집에 사는 괴짜 조종사 할아버지(제프 브리지스)가 소녀에게 종이 비행기를 날려 보낸다. 종이에는 소행성에 살고 있는 어린왕자(라일리 오스본)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처음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소녀는 점점 이야기에 빠져든다. 할아버지와 소녀는 어린왕자 이야기를 매개로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쌓아가고, 영화는 그 과정을 통해 가슴 먹먹한 감동을 전한다.

영화는 소녀와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현실과 어린왕자가 사는 판타지 세계를 교차해 보여준다. 특히 어린왕자가 등장하는 장면은 스톱 모션으로 연출됐다. 종이의 질감까지 섬세하게 재현해, 마치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보는 듯한 느낌이다. 현란한 CG(컴퓨터 그래픽)가 식상한 이들에게 신선한 묘미를 선사하는 대목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명성에 걸맞게 마음속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대사를 곱씹는 즐거움도 빠뜨릴 수 없다.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책임이 있는 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같은 시적인 대사는 어른 관객을 현실 세계 너머로 이끈다.

지용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한스 짐머도 어린왕자의 팬

세계적인 음악감독 한스 짐머도 『어린왕자』의 팬이다. ‘라이온킹’(1994, 로저 알러스·롭 민코프 감독) ‘인터스텔라’(2014,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등의 음악을 맡은 그는 “어렸을 때 원작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며 ‘어린왕자’ 제작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주제곡 ‘턴어라운드(Turnaround)’를 부른 프랑스 싱어송 라이터 카미유도 그가 직접 캐스팅했다. 시적인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이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한국어 버전은 감미로운 음색을 자랑하는 걸그룹 씨스타의 효린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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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더 피너츠 무비(The Peanuts Movie)
감독: 스티브 마티노
목소리 출연: 빌 멜렌데즈, 노아 스납, 레베카 블룸, 프란체스카 카팔디
상영 시간: 93분
개봉일: 12월 24일

찰리 브라운이 돌아온다. 그의 애완견이자 둘도 없는 단짝 친구 스누피와 함께! 찰스 M 슐츠의 네 컷 만화 ‘피너츠’의 주인공들이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피너츠’는 1950년 10월 2일 워싱턴포스트 등 아홉 개 신문에서 첫선을 보인 뒤, 2000년 2월 13일까지 1만7897편이 연재되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작품. ‘스누피:더 피너츠 무비’(이하 ‘스누피’)는 첨단 기술을 입었지만, 원작의 매력을 그대로 살렸다. 매사가 서툴고 수줍은 소년 찰리 브라운(노아 스납)의 가슴 설레는 첫사랑과 재치 있는 스누피(빌리 멜런데즈)의 따뜻한 우정을 그린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평범한 캐릭터에 용기와 위로의 메시지를 제대로 담았다.

어눌한 말투에 행동도 느린 데다 실수투성이인 소년 찰리 브라운은 한겨울 빙판에서 연을 날리다 꽈당 엎어지기 일쑤다. 그는 같은 반에 전학 온 빨강머리 소녀(프란체스카 카팔디)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스누피는 자신의 절친인 찰리 브라운이 소녀에게 마음을 고백하도록 돕는다. 원작은 ‘올해도 지난해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대사가 나올 정도로 다소 냉소적인데, ‘스누피’에서는 따스한 정서를 부각한 것이 큰 특징이다. 앙증맞은 스누피는 극중에서 유머를 책임진다. 그는 간혹 찰리 브라운을 골탕먹이지만, 든든한 우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스누피’는 원작의 감성과 색감을 섬세하게 살려냈다. 펜으로 그린 것처럼 간결하고 고운 선이 두드러진다. 극중 스마트폰과 노트북 대신 유선 전화기와 타자기가 등장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런 아날로그의 감성에 최신 기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히 스누피가 비행기를 모는 장면에서는 역동적인 3D 효과가 두드러진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014,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의 음악감독 크리스토프 벡이 만들어 낸 음악도 기대할 만하다. 첫눈이 내린 날, 마을 어린이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에 등장하는 ‘스케이팅(Skating)’이란 곡은 감동을 더한다.

‘스누피’의 미덕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찰리 브라운의 용기 있는 모습과 그를 위로하는 스누피에 있다. 어쩌면 스누피는 이 시대의 모든 찰리 브라운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는 게 아닐까.

지용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원작의 거친 느낌 그대로

‘스누피’에는 완벽한 직선이나 동그라미가 등장하지 않는다. 원작의 삐뚤삐뚤한 그림체를 살리기 위해서다. 특히 종이에 그려진 캐릭터를 3D로 만드는 과정에서 ‘익숙함’을 놓치면 안 됐다. 제작진은 한 캐릭터당 무려 1000여 개의 샘플을 그렸고, 그중 원작과 가장 흡사한 그림체만 살렸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덕에 찰리 브라운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만 장장 2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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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호텔2(Hotel Transylvania2)
감독: 젠디 타타코브스키
목소리 출연: 애덤 샌들러, 셀레나 고메즈, 앤디 샘버그, 스티브 부세미
상영 시간: 89분
개봉일: 12월 24일

몬스터들도 피할 수 없는 절대 과제가 있으니, 바로 육아다. 이제 막 기어다니기 시작한 아기의 육아법에 온 가족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인간 세계나 몬스터 세계나 다를 바가 없다. 단지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몬스터들은 어떤 감수성과 재주를 지닌 아이로 키울 것인지가 아닌 어떤 ‘종’으로 키워야 할지부터 고민한다는 정도?

이 영화는 1편에서 ‘금지된 연애’라는 벽을 사랑의 힘으로 뛰어넘은 뱀파이어 마비스(셀레나 고메즈)와 인간 조니(앤디 샘버그)의 결혼식 장면으로 문을 연다. 마비스의 아버지이자 몬스터 호텔의 주인 드락(애덤 샌들러)의 유난스러운 딸 사랑은 여전하다. 그리고 이제 그의 사랑은 조금 더 큰 내리사랑으로 발전했다. 마비스가 아들 데니스(아셔 블린코프)를 낳았기 때문이다. 드락은 아무리 봐도 순하디 순한 인간 어린이 같은 데니스를 염려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손자의 몬스터 본능을 깨우려 하고, 아이가 있는 그대로 자라기만을 바라는 마비스는 그런 아버지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이번 편의 핵심 재미는 요절복통 몬스터 육아법에서 나온다. 마비스 부부가 육아 환경을 고민하며 인간 세상에 견학 간 사이, 드락은 친구들과 함께 손자를 몬스터로 만들기 위한 속성 훈련에 돌입한다. 높은 데서 무작정 떨어지기, 인간에게 겁주기 등 온갖 주입식 교육이 펼쳐진다. 이 가운데 드락이 겪는 문화 충격도 유머러스하다. 자신이 어릴 적 방문했던 몬스터 캠프를 기억한 드락이 손자를 이끌고 가서 마주한 캠핑장 프로그램은, 해병대 훈련이 보이스카우트 야영으로 바뀐 듯 시시하기만 하다. 몬스터 세계에 ‘인간화’된 몬스터들이 지나치게 많아진 상황. 손자의 본능을 일깨우려는 할아버지 드락의 눈물겨운 노력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번 편에서는 완고한 기성 세대를 대변하는 드락의 아버지 블라드(멜 브룩스)가 합세해 만만치 않은 갈등을 조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다른 존재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몬스터 호텔’ 시리즈 특유의 교훈적 메시지가 어떻게 발휘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겁 많은 미이라, 인기를 의식하는 프랑켄슈타인 등 개성 넘치는 몬스터 캐릭터들은 1편에 이어 여전히 사랑스럽다.

이은선 기자 h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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