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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없는 누리과정 예산 갈등…정부 대응책 효과 있을까

중앙일보 2015.12.25 15:08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책임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교육감 간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서울·경기 등 지역에서는 당장 다음달부터 보육 대란이 벌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지역에 대해 엄정 대응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지금까지 제시한 대응책으로 보육비 지원 중단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교육부, "누리과정 예산 반영하라" 재의 요구 방침
야당 다수 지방의회서 거부하면 보육 대란 현실화 우려
교육감 "교부금 비율 높여달라", 정부는 난색

현재까지 17개 시도 중 10곳은 시도의회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6개월 이상 예산을 편성했다. 나머지 7개 지역 중 세종·강원·전북은 유치원 예산만 편성한 상태다. 서울·경기·광주·전남 4개 지역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예산이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경기도의회는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예산을 확정할 예정이며 나머지 지역은 모두 본예산이 확정됐다. 10개 지역은 누리과정 시행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인구가 많은 서울과 경기 등에서 보육비가 끊길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28일 경기도의회 결정이 나오는대로 누리과정 예산을 한푼도 편성하지 않은 4곳 시도교육감에 재의 요구를 하라는 공문을 보낸다는 방침이다. 교육감이 이러한 지시를 받아들여 시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게 되면 20일 이내에 예산안을 다시 의결해야 한다. 그러나 야당이 다수인 이들 지역의 지방의회가 ‘누리과정은 정부 책임’이라는 이유를 들어 또다시 예산을 삭감할 경우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재의 요구를 교육감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교육부장관이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그러나 누리과정 문제가 법정 싸움으로 갈 경우에도 내년 보육 대란을 피하기는 어렵다. 대법원 판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교육부가 서울시교육청과 전북교육청 등을 상대로 학생인권조례를 재의하라고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법원에 제소했을 때도 판결까지 1년 이상이 걸렸다.

교육부는 또 교육청이 누리과정에 쓰지 않은 비용만큼 이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차감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뒤늦은 재정압박 수단이라 당장의 보육 대란을 막을 방법은 아니다. 교육부는 끝까지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면 지자체가 교육청에 주는 전입금에서 누리과정에 쓸 비용을 제외하고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일정 금액을 반드시 교육청에 전입금으로 주도록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 아직은 검토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4개 지역을 중심으로 계속 설득에 나설 방침이지만 갈등이 봉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 의무지출경비로 편성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국회에서 3000억 원의 국고를 추가 지원하기로 한 것 외에 국고 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내년에도 갈등이 재현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앞서 23일 시도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 예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현행 내국세 총액의 20.27%로 정해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25.27%로 높여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교부금 비율을 높이는 문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수가 계속 줄고 있는데 다른 재정을 줄여 교육 재정을 늘려달라고 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영 교육부 차관도 교부금 비율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논의는 해볼 수 있지만 내년에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커져서 교육 재정도 효율화가 필요하다. 교부금 비율을 5%포인트 올리자는 요구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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