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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만족한 노동개혁 보고, 실무자는 송호창의 부인

중앙일보 2015.12.25 02:27 종합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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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9대 총선 의왕-과천 선거구에서 당선된 당시 민주당 송호창 후보(오른쪽)가 부인 송민선씨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 한쪽 벽면에 파워포인트 발표 화면이 켜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에서 노동개혁 순서가 돌아왔다. 주무 부서인 고용노동부는 30대 민간기업 주요 계열사의 66%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한 점과 시간선택제 일자리 2만100개 확충 등을 성과로 발표했다. 일자리를 구한 취업자가 직접 발표한 정책 수요 성공 사례 소개가 이어졌을 땐 박 대통령도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날 보고를 맡은 고용부의 실무책임자는 송민선 과장이었다. 송 과장의 남편은 바로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의원이다.

송민선 고용부 창조행정담당관
일각선 ‘로미오와 줄리엣’에 빗대
송 의원 “생각 달라도 서로 존중”

 송 과장은 이날 발표 준비를 위해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과 함께 며칠간을 씨름했다. 고용부 내 그의 보직은 ‘창조행정담당관’이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정책 철학인 ‘창조’를 맡고 있고, 주요 업무도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 ▶성과 중심 임금체계 ▶임금피크제 도입 등 여권이 추진하는 노동 관련 5개의 법안 처리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노동 5법의 국회 처리에 대해 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2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를 만나 노동 5법 처리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송 의원과 송 담당관의 관계를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에 빗댄다. 로미오(송 의원)와 줄리엣(송 담당관)이 몬터규(새정치연합)와 캐풀렛(박근혜 정부) 두 가문의 갈등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료 신분인 송 과장의 난처함을 덜어주기 위해 송 의원이 노동개혁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탈당한 안철수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송 의원은 지난 9월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정치연합 내 ‘낡은 진보’를 비판하며 “새정치연합만의 국가 비전과 대안을 가지고 정부·여당과 싸워야 하는데 지금 우리 당은 그렇지 못하다. 예컨대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에 대해 반대만 있고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송 과장도 고용부 안에서는 가정사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남편이 노래하면 부인이 따라 부르는 부창부수(夫唱婦隨)의 부부 역할이 뒤집힌 ‘婦唱夫隨(부창부수)’ 상황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송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노동 문제에 대해 완전히 달리 생각하는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각자 하는 일을 존중하면서 서로 토론하며 지낸다”며 “서로 맡은 일이 그렇게 됐을 뿐 대립 관계에 놓이는 일은 없다”고 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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