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70세부터 급증하는 폐암, 사망률 16년째 1위

중앙일보 2015.12.25 02:01 종합 14면 지면보기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70% 가까이 올라간 것은 희소식이다. 전문의들은 “겁먹지 말고 가까운 친구 대하듯 평생 안고 가면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하나하나 따져 보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점들이 있다. 폐암과 간암은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이 매우 높다. 게다가 여성 폐암은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여성 노인 대장암 증가세도 예사롭지 않다. 난소암과 자궁경부암은 10년 생존율에 거의 진전이 없다.
 
기사 이미지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의 암 등록 통계(2013년 환자)를 보면 암 발생률은 남성은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감소했다. 남성은 위·간·식도·후두·방광 등 상당수 암의 발생이 줄어 왔다. 여성은 2013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간·위·식도·후두·자궁경부 등의 암이 줄고 있지만 갑상샘·대장·유방 등 덩치가 큰 암은 증가했다.

 전체 발생률이 줄고 생존율이 올라가는 것은 조기 검진 증가, 흡연율 감소, 식생활 습관 개선 등의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폐암·간암·전립샘암의 생존율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다.

경계 대상 1호는 폐암이다. 통계청 사망 원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폐암으로 1만7440명이 숨졌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2014년)로 환산하면 34.4명으로 암 사망 1위다. 지난해 암 사망자 7만6611명의 22.8%를 차지한다. 폐암 사망률은 1998년 간암을 제친 이후 16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폐암은 조기 진단이 쉽지 않아 암이 진행된 이후에 발견돼 선진국에서도 생존율이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폐암 발생의 남녀 차이도 확연하다. 남성은 1999~2013년 연 평균 0.9%씩 줄고 있다. 성인 남성 흡연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70세부터 폐암 발생률이 위암을 추월하면서 남성 암의 압도적 1위가 된다. 흡연의 부정적 영향이 축적돼 70대부터 나타나는 것이다.

여성 폐암은 더 문제다. 1999년 이후 연 평균 1.6%씩 증가하고 있고 현재도 7년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성 흡연율이 높지 않은데도 폐암이 증가하는 이유는 간접 흡연과 요리할 때 발생하는 유해 가스 때문이다. 경기도에 사는 강모(76·여)씨는 3년 전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평생 비흡연자 여성이 많이 걸리는 타입의 암이다. 다행히 표적 항암제(이레사) 대상에 해당돼 암 진행 속도를 늦추고 있다. 강씨는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고 간접 흡연 노출도 그리 심한 편은 아니다. 굳이 원인을 찾자면 요리할 때 생기는 연기 탓일 것으로 추정한다.

 간암 사망률은 2002년까지 증가하다 이후에는 22%대를 유지하고 있다. 남성의 경우 34%, 여성은 11.6%로 남녀 차이가 크다. 간암 환자의 5년 생존율(31.4%)은 주요 암 중에서 췌장암(9.4%) 다음으로 낮다. 그나마 A형과 B형 간염 예방접종을 확대한 효과가 나타나면서 사망률과 발생률이 떨어지고 있다.

이 원장은 “만성 간염 이후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고 그 후 간암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간 경변증을 앓은 이후 기능이 매우 나쁜 상태에서 암이 발견되기 때문에 수술을 해도 회복이 쉽지 않고 치료 기회도 줄어들어 생존율이 아직도 매우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여성 대장암도 요주의 대상이다. 사망률이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여성 대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남성보다 5%포인트 정도 낮다. 65세 이상 여성 노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 대장암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성 대장암이 높은 이유는 남성보다 대장암 검진을 덜 받기 때문이다. 윤모(66·여)씨는 음식을 먹은 뒤 계속 토하는데도 대장암을 의심하지 않았다. 가끔 혈변이 나온 적이 있어도 치질로 생각하고 무시했다. 여성들은 대장암이 남성 암이라고 여기고 여성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장암 검진을 받는 비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2~3%포인트 낮다.

 대표적인 여성암인 난소암의 10년 생존율은 51.5%(2004~2008년 발병자)다. 1993~95년 발병한 사람보다 1.9%포인트 줄었다. 5년 생존율은 그나마 약간 증가했지만 10년 생존율은 반대로 가고 있다.

임명철 국립암센터 전문의는 “난소암 중 3분의 2가 예후가 안 좋은 상피성 난소암으로 폐경 이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고령 인구의 증가가 생존율을 낮추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