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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년 넘게 이혼신고 처리 안 한 군청직원 탓에 "이혼 한 번 더"

중앙일보 2015.12.24 16:32
A씨는 2012년 배우자와 협의이혼을 했다. 관할인 울산 울주군청에 가서 이혼 신고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이혼 신고 접수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황당한 상황은 A씨가 2012년 1월 군청에 가서 이혼 신고를 하면서 이혼 신고서가 아니라 엉뚱한 ‘인지 신고서’를 낸 데서 시작됐다. 인지 신고서는 혼외 출생 자녀를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릴 때 하는 신고다.

A씨가 실수로 잘못된 양식의 신고서를 내긴 했지만, 첨부한 서류는 분명 이혼 신고 때 내는 법원의 이혼확인서 등본과 친권자 지정 협의서 등본이었다. 하지만 신고서를 접수한 직원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이혼 신고 처리가 아닌 혼외자 등록 처리를 해버렸다.

신고일로부터 2년 11개월이 지난 뒤에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다시 군청에 찾아가 이혼 신고를 수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법원이 교부하는 협의이혼의사 확인서의 효력은 3개월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A씨가 2012년에 낸 법원 확인서는 지금은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혼자’ 신분을 유지한 셈이었던 A씨는 협의 이혼 절차도 다시 밟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감사원이 적발한 공무원의 무사안일한 업무 처리 사례 가운데 하나다. 감사원은 24일 소극적 업무처리 등 민원사항 점검을 통해 적발된 31건, 직무관련 취약분야 비리점검 결과 적발된 7건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했다.

B씨는 단독주택 6동을 짓기 위해 지난해 6월 창녕군청에 건축신고를 했다. 군청 측은 토사 유출 피해 방지 계획 등이 미흡하다며 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에 B씨는 배관 설치 등 계획과 문제가 없다는 환경영향평가 결과 등 보완서류를 제출했다. 그런데 40일이나 지난 뒤 군청은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또 신고를 반려했다. 이후 B씨는 두 차례의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행정심판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도 창녕군청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행정심판 결과를 따르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그 사이 10개월이 흘렀고, B씨는 건축신고에 필요한 용역비 등으로 3억 3400여만원만 날렸다.

경북 칠곡군의 공무원 2명은 2013년12월 다가구주택 건축 부지 내에 옹벽이 불법적으로 설치돼 있단 사실을 알면서도 건축 허가를 내줬다. 일부 옹벽이 붕괴된 적이 있단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준공 처리까지 해줬다. 결국 준공 이후 옹벽은 세 차례나 무너졌고, 다가구 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대피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감사원은 이 직원들을 정직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안일한 업무 처리를 넘어 ‘갑질’을 일삼는 공무원들도 적발됐다. 부산시 공무원 C씨는 종합운동장 시설물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개·보수공사를 맡은 시공업체로부터 대놓고 돈을 받았다. 3곳으로부터 22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받았다. 감사원은 C씨를 파면하라고 통보했다.

인천 서구청에서 근무하는 D 팀장은 직무 관련 업체와 부하직원에게 수시로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이들만 대상으로 했다. 그렇게 2010년10월~2015년4월 20차례에 걸쳐 15명에게서 1억 560만원을 빌렸다. 이 돈은 자신이 진 빚을 갚는 데 썼다. 감사원은 D 팀장을 정직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D 팀장은 ‘을’들에게 빌린 돈 가운데 8710만원은 갚았고, 1850만원은 갚지 않았다.

은평구청 직원 E씨는 기발한 방식으로 횡령을 했다가 적발됐다. 은평구는 지난해 한 업체와 제설장비 수리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금액은 630만원이었다. 그런데 E씨는 제설장비 중 일부를 자신이 직접 수리하고선 업체에 “내가 수리한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은 현금으로 내게 달라”고 요구해 300만원을 돌려받았다. 올 5월 도로 유지관리 장비 수리 계약을 맺으면서도 같은 수법을 썼다. 역시 장비 일부를 자신이 수리하고선 용역계약 대금 460만원 중 340만원을 되돌려 받았다. 감사원은 E씨를 파면 처분하라고 통보하는 한편 은평구 측에 비슷한 유형의 비리 재발 방지 및 시정을 요구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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