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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황태자' 부시가 최하위로 전락한 이유는?

중앙일보 2015.12.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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젭 부시 [사진 중앙포토]


한때 '공화당 대선 후보 0순위'로 꼽히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최하위권 후보로 전락했다. 23일(현지시간) 발표된 CNN 여론조사 결과 부시는 3%의 지지율로 7위를 기록했다.

공동 8위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와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의 지지율은 2%로 1%포인트 차이 였다.

다음달 14일 공화당 대선 주자 TV토론에 출연할 수 있는 사람이 8명이라 부시로선 TV토론에 나오지 못하는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 당장 부시의 13배 되는 39%의 지지율을 얻은 도널드 트럼프는 "얼마 안 지나 부시는 (경선을) 자진 사퇴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2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부시 가문으로선 치욕이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부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중위권인)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 주지사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모두 망해 극우 성향인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주)의 대안이 되는 것이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미 언론과 정치 전문가들은 '부시가의 황태자' 부시가 추락한 이유가 '올드 스타일' 고수, 콘크리트 지지층 부재, 유권자 우경화로 인한 희생양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먼저, 부시의 주변엔 아버지 조지 HW 부시와 형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정권 때의 고위직이 몰리다 보니 시대 변화를 쫓아가지 못했다. 부시는 "돈이 승부를 가른다"며 과거 스타일을 고수했다. WP는 "그의 수퍼팩(Superpac, 금액 제한 없이 합법적으로 선거 자금을 기부할 수 있는 조직)이 그 동안 5000만 달러(590억원)를 썼지만 돈을 전혀 안 썼어도 현재 지지율은 나왔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역만 열심히 돌면 표가 나오는 줄 알고 홍보를 소홀히 한 것도 트럼프에 크게 뒤진 원인이다. 마이애미헤럴드는 "부시가 2002년 주지사 선거를 치른 뒤 13년 동안 감이 떨어져 녹이 슬었다"고 분석했다.

둘째, 부시의 캐릭터 한계가 지적됐다. 명문가 배경 이외에 뚜렷한 '스토리'가 없는데다 사람은 좋지만 매력 포인트가 없어 고정 지지층 확보에 실패했다. 두루뭉실 이미지의 실패다. 지난 15일 TV토론이 끝난 뒤 언론들이 "부시가 가장 잘 했다"고 평가했지만 유권자들의 1%만이 “잘 했다”고 응답했다. 23일 발표된 CNN 여론 조사에서도 남녀·인종·소득별로 부시를 강하게 미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전무했다.

셋째, ‘오바마 정권 7년 동안 힘 한번 못쓰고 당하기만 했다’는 불만으로 공화당 지지층의 성향이 오른쪽으로 확 기운 것을 따라가지 못했다. 중도 보수를 지향하는 부시로선 우측으로 쏠릴 수도 중도를 고수할 수도 없는 한계 속에서 이민·안보정책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부시는 "상황이 곧 역전될 것"이라고 한다. 최근 아이오와주 지역TV에 출연해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도 10~12월에 이기던 후보들이 결국 패했다. 그게 대통령 선거"라고 했다.

CNN은 "부시 말대로 2008년 공화당 존 메케인, 2004년 민주당 존 케리 후보(현 국무장관)가 그랬다. 하지만 두 사람은 상원의원에다 전쟁 영웅이란 배경과 스토리가 있었지만 부시는 멋진 연설도 못하고 인상적인 메시지도 없다"고 꼬집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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