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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 55배'튀긴 32살 청년의 탐욕, 칼로바이오스 나스닥 상장폐지

중앙일보 2015.12.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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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를 찍으며 뉴욕 맨해튼을 걷던 지난 10월 21일만 해도 상상을 못했을 일이다. 한때는 영재로 불렸으며, 촉망받는 성공한 30대 기업인으로 불렸던 마틴 슈크렐리(32) 칼로바이오스 최고경영자(CEO)의 이야기다.

나스닥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한 작은 제약회사의 상장폐지 결정을 발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작은 제약회사의 상장폐지 이유는 '민형사 소송과 기한 내 미제출한 실적보고서' 때문이다. 지난 17일 자신의 맨해튼 자택에서 '사기'혐의로 체포돼 최근 50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그의 회사는 이번 상장폐지 결정으로 사실상 공중분해되게 됐다. 불과 3개월만의 일이었다.

시간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슈크렐리는 뉴욕에서도 명문 영재고등학교로 불리는 헌터컬리지를 다녔다. 하지만 곧 학교를 중퇴하고 헤지펀드 회사로 들어간다. 그리고 23살이 되던 2006년 첫 창업을 한다. 헤지펀드회사 엘레아 캐피탈이었다. 회사는 금융위기와 함께 사라졌다. 투자금을 다 날렸지만 그는 2009년 다시 회사를 세웠다. 이번엔 MSMB캐피탈이었다. 그는 운용자산이 거의 없는데도 투자자들에게 35만 달러라고 거짓말을 했다. 투자마다 손실을 봤지만 그의 거짓말은 늘어났다. 소위 '다단계'방식의 사기극이 시작됐다. 새 투자자를 모집해 받은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이익금이라며 돌려주기 시작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돈을 끌어 모아 2011년 제약회사를 세웠다. 레트로핀이었다.

투자금을 돌려막기해오던 슈크렐리는 레트로핀에서 1100만 달러를 빼돌렸다. MSMB캐피탈로부터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였다. 회삿돈을 '개인금고'처럼 활용해오던 그는 지난해 9월 제약회사를 세웠다. 튜링이란 이름의 회사를 통해 지난 8월 암과 에이즈 치료에 쓰이는 '다라프림'이란 약의 특허권을 사들였다. 그는 대박을 노렸다. 다라프림 특허를 보유한 이상 독점하는 것과 마찬가지니 약 한 알 값을 13.5달러에서 750달러로 높였다. 주식시장에서 1달러도 채 되지 않던 칼로바이오스 주식은 한때 39.5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약 55배에 달하는 특수 항생제 가격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은 들끓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마저 '약값'을 문제삼을 정도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칼로바이오스 대주주로 있는 마틴 슈크렐리가 이번 나스닥 상장폐지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오는 28일까지다. 칼로바이오스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이 회사의 주식은 오는 30일부터 상장폐지된다. 사기와 주가조작, 마약혐의로 기소된 마틴 슈크렐리는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될 예정이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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