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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권 후보로 전락한 부시의 굴욕

중앙일보 2015.12.24 09:25

'백약이 무효-'

미국 대통령선거 경선에 나선 젭 부시 후보(전 플로리다주 지사)가 중위권 후보에서 드디어 하위권 후보로 전락했다.

지난 6월 15일 "워싱턴을 뜯어고치겠다"며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부시에겐 '부시 가문의 마지막 황태자' '공화당 후보 0순위'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실제 출마 전인 4월의 여론조사(CNN)때부터 6월말까지 부시는 16~19%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독보적 1위였다.

그러나 23일(현지시간) 발표된 CNN의 전국여론조사 결과 부시는 3%로 7위를 기록했다. 공동 8위인 존 케이식(오하이오 주지사), 마이크 허커비(전 아칸소 주지사)의 지지율이 불과 1%포인트차인 2%인데다 다음 TV토론(내년 1월14일)부터 8명으로 출연자 수가 제한되는 걸 감안할 때 자칫하다간 TV토론에도 얼굴을 내밀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 부시 개인 뿐 아니라 2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부시 가문으로서도 굴욕적 상황이다.

39%의 지지율을 얻어 2위 테드 크루즈(18%·텍사스 주지사)와의 격차를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벌린 도널드 트럼프는 "얼마안가 부시는 자진사퇴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의 수퍼팩(액수에 제한없이 합법적으로 선거자금을 기부할 수 있는 조직)이 5000만달러(약 588억원)의 돈을 썼지만 그 돈을 안 썼어도 현 지지율은 나왔을 것"이라며 "부시는 자유낙하(free fall·끝없는 추락)중"이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부시는 "곧 상황이 역전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최근 아이오와주의 지역TV에 출연해선 "두고봐라.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10~12월에 이기고 있던 후보들은 결국 패배했다. 그게 대통령 선거다. 유권자는 마음을 늦게 정한다"고 장담했다.

CNN은 "부시의 말은 맞지만 그건 예전 대선의 룰"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공화당 존 메케인 후보는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주 당원대회를 포기하고 두번째 뉴햄프셔주에 올인해 성공했다. 2004년 민주당의 존 켈리 후보(현 국무장관)는 아이오와주 당원대회 불과 몇 주를 앞두고 경쟁후보 하워드 딘(당시 버몬트 주지사)를 뒤집었다. 하지만 CNN은 "두 사람은 상원의원에다 전쟁 영웅이란 배경과 스토리가 있었지만 부시는 멋진 연설도 못하고 인상적인 메시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꼬집었다.

마이애미 해럴드지는 "부시 캠프의 보좌관들도 '2002년 마지막 선거(주지사)를 치른 부시가 녹이 슬었다'고 인정한다"며 "(7~8월에) 부시-트럼프의 2강으로 좁혀졌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전략미스가 컸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각종 조사통계를 볼 때 부시의 막판 부활은 사실상 힘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5일의 TV토론이 끝난 직후 각종 매체는 "부시가 가장 잘했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정작 부시가 가장 뛰어났다고 응답한 공화당 유권자는 1%에 불과했다. 트럼프는 33%였다. 8월 이후 이달까지 부시에 대해 '호의적'이라 답한 비율은 34%로 변화가 없다. '비호의적'이 56~57%로 전체 후보 중 최하위권이다. 남성·여성·백인 유권자 등 성별이나 인종별로 봐도 부시를 높게 평가하는 확고한 지지층이 전무하다. 숫자만 봐선 희망의 빛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WP는 "(부시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유권자들이 (극우성향의) 트럼프와 크루즈를 이길 수 있는 합리적 후보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을 때 그가 상위에 랭크돼 있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주지사)·크리스 크리스티(뉴저지 주지사)·존 케이식(오하이오 주지사)후보가 모두 망해야 하는데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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