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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험지 출마를” 오세훈 “종로든 어디든 당 뜻 따를 것”

중앙일보 2015.12.24 03:17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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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오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직접 만나 “험지(險地)에 출마하라”는 뜻을 전했고, 오 전 시장도 “당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당에서 결정해 주는 대로 따르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경빈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3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직접 만나 “험지(險地)에 출마하라”는 뜻을 전했다. 전날 안대희 전 대법관을 만나 험지출마론을 꺼낸 데 뒤이은 행보다. ‘험지’는 험한 땅을 뜻하지만, 새누리당에선 수도권의 접전 지역 또는 당의 지지 기반이 약한 선거구를 의미한다.

친박계 “사실상 전략공천 아니냐”
김 대표 “누구든 경선 해야” 선 그어
이재오 “장관 출신 등 호남 도전해야”
윤상현 “그냥 나가서 전사하라는 것”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 전 시장을 만나 (내년 4·13) 총선에서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조해 달라고 얘기했다”며 “오 전 시장은 ‘당의 방침에 따르겠다. 그러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정세균이라는 거물이 버티고 있는 종로 지역을 포함해 계속 (당과)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도 오후 개인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과 긴밀하게 협의를 해서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김 대표께 말씀드렸다”며 “야당의 중심인 정세균 의원이 계시는 종로를 다시 탈환하는 것을 포함해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무엇이 가장 당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기준으로 당에서 결정해 주는 대로 따르겠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오전 10시30분부터 한 시간가량 국회 앞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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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오 전 시장은 현재 종로에 예비후보로 등록해 뛰고 있다. 이 지역은 박진 전 의원도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쳐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은 두 사람이 경쟁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마치 종로가 험지가 아닌데 내가 간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고 했고, 김 대표는 “종로가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것은 같은 인재끼리, 자산끼리 부닥치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특히 오 전 시장의 출마예상 지역과 관련해 “안 전 대법관이나 오 전 시장을 계속 접촉하겠지만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두고 얘기한 것은 아니고,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다”며 “당의 방침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타진한 후 교통정리 차원에서 적합한 지역을 잘 골라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험지에 대해 “분구되는 지역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지역 특성상 당이 어렵지만 명망가를 보내면 당선될 수 있다고 보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험지에 출마할 인물들을 접촉하기 시작하면서 ‘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사실상 전략공천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유기준 의원은 “전략공천은 당이 전략을 가지고 후보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으로, 우선추천지역과 단수추천은 전략공천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천특별위원회는 22일 회의에서 우선추천지역과 단수추천제 관련 룰을 주요 의제로 삼기로 했다. 우선추천지역은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를 배려하거나 신청 후보자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때, 단수추천제는 여러 후보자 중 한 명의 경쟁력이 월등하면 경선 없이 공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략공천은 없다. 단수추천제는 없다”고 또다시 선을 그었다. 그는 “전략공천은 특정인을 특정 지역에 아무런 경선 과정 없이 공천을 주는 것이고, ‘전략적인 판단’은 사회적 명망가와 같은 스타를 보내 당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 달라는 것”이라며 “어느 지역이든 경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험지를 호남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재오 의원은 “정치를 처음 하거나 언론에 거론되는 정치적 명성을 얻은 분들, 장관·수석(자리를) 통해 정치적 경험이나 명성을 얻은 분들은 과감하게 호남에도 도전해서 새누리당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장관 등 정부에서 일한 사람들은 공직에선 명성이 있을지 몰라도 지역선거구에선 정치초년병일 뿐인데 이들에게 연고도 없는 호남에 출마하라는 건 그냥 나가서 전사하라는 것”이라며 “승리의 방정식을 짜야 할 중요한 시점에 전사자 리스트나 만들고 있어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글=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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