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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이, 6인실서 일반환자와 함께 지내

중앙일보 2015.12.24 03:04 종합 6면 지면보기
예린(11·가명)이가 입원한 동춘동의 A병원 병실은 한눈에 보기에도 비좁았다. 8평 남짓한 병실엔 예린이 말고도 다른 환자들의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예린이는 이곳에서 다른 환자 5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예린이 전담 간호 인력도 없어
“학대 기간, 2년 아니라 최소 4년”

 아이를 24시간 전담해 관리하는 간호 인력도 없었다. 해당 병실을 관리하는 간호사가 다른 환자들과 함께 예린이를 간호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가 틈틈이 교대로 한 명씩 병실에 머물렀지만 이들은 전문 의료 인력이 아니다. 육안으로 보기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는지를 관찰하는 데 그쳤다.

 지난 12일 가스 배관을 타고 아버지의 상습적 학대로부터 탈출한 예린이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이후 구조대원의 판단에 따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종합병원인 A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병원은 소아과, 소아정신과, 정형외과 전문의를 배치해 예린이의 치료를 돕고 있긴 하다.

하지만 성장 관련 치료를 담당하는 내분비소아과, 환자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가정의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가 배치되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A병원 측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제한된 인력으로 피해 아동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아동 학대 같은 민감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와 인력 규모, 노하우를 갖춘 대형 병원을 지정해 세심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영국 등 해외 선진국의 경우 아동 학대 사건 발생 시 아동 학대 관리에 특화된 지정 병원의 1인 병실에서 24시간 관리를 받도록 지원한다. 또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각 분야 전문의가 의학적 조언을 하고 법률 상담도 받게 한다.

 학대 기간을 ‘2년’으로 못 박은 경찰의 발표도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체 상태에 대한 의학적인 분석 없이 가해자인 아버지의 진술에만 의존해 학대 기간이 축소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법원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열한 살 예린이의 키는 1m20㎝로 만 7세 수준(여아 평균 1m18㎝)에 멈춰 있다. 몸무게도 16㎏에 불과하다. 최소 4년 이상 학대가 지속돼 왔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예린이의 체중이 4㎏가량 급격히 늘어난 것도 건강의 적신호로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기존 몸무게의 25%에 달하는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면 아직 어린 나이인 예린이의 장기에 무리가 올 수 있고, 심혈관에도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예린이 사건 발생 직후 예린이 관리와 지원을 맡은 보건복지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과 여성가족부의 해바라기센터가 신속하게 연계해 대처하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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