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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밥상 노리는 이천쌀, 왕서방 점검 깐깐하네

중앙일보 2015.12.24 02:53 종합 12면 지면보기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임금님표 이천쌀’이 중국 중산층 소비자들의 밥상에 오를 수 있을까.

?정상회담 효과?로 한국 온 검열관
쌀 창고 출입문 빛 구멍까지 체크

 23일 오전 9시 이천쌀의 수입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중국에서 귀한 손님 4명이 경기도 이천시 이천남부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을 찾았다. 이들은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검험검역국 루허우린(盧厚林·52) 국장 등 검역관 일행 4명이다. 검험검역국은 중국에 수입되는 농수산물의 품질을 검사하는 곳으로 한국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같은 곳이다. 이날 현장 점검에는 중국 질검총국 국제합작사 왕위(王鈺·49·여) 연구원, 톈진(天津)시 검험검역국 왕웨(王鉞·47) 부처장, 허베이(河北)성 검험검역국 양웨민(楊躍民·56) 부처장 등 3명도 함께했다.

 지난 10월 말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한국 쌀을 수입하기로 하면서 이번 방한이 성사됐다. 이들은 이천시를 비롯해 한국 6곳의 쌀 가공공장을 방문해 품질 등을 점검하고 이들 중 조건이 맞는 4∼5곳을 선정하려고 방한했다. 이해타산에 누구보다 빠른 ‘왕서방’처럼 중국 점검단의 활동은 예상보다 훨씬 깐깐했다. ‘쌀 가공공장 구역의 쥐 침입 방지 조치 여부’ ‘원자재 및 완제품 추적 관리 시스템 구축 여부’ 등 45개 항목이 담긴 체크리스트를 들고 시설을 요모조모 살폈다. 루허우린 국장이 조합 측 인사들과 대화하는 동안 왕웨 부처장이 연신 사진을 찍었다. 양웨민 부처장은 한국 쌀 현황과 브리핑 내용을 꼼꼼히 기록했다.

 적잖은 지적 사항이 나왔다. 쌀 보관창고 출입문 밑에서 빛이 들어오자 루 국장은 “햇빛이 들어오면 쌀이 변질될 수도 있고 쥐나 벌레, 또 다른 오염원이 들어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문제 삼았다. 지적 사항에 놀란 조합 측이 신속하게 햇빛을 차단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훈증(燻蒸) 창고에 관련 시설이 없다는 지적도 했다. 루 국장은 “중국에서 (약제로 유해 동식물을 구제하는) 훈증 절차는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다. 쌀을 훈증한 뒤에 포장해야 하는데 포장 이후 훈증하면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합 측이 “등록된 용역업체를 통해 훈증하고 실시간으로 창고 내부 온도를 5도 이상으로 유지하는 등 철저히 관리한다”고 해명했으나 루 국장은 “훈증 검증 여부는 재점검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점검단은 또 이천쌀이 정부 기관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어떤 로고를 쓰는지를 집중 질문했다. 이에 조합 측은 ‘2005년 브랜드파워대전 대통령 표창’ ‘중국 정부의 상표권 등록 인증’ 등 10여 가지의 인증서를 보여줬다. 현장 답사에 동행한 조합 측 직원은 “이렇게 깐깐하게 볼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루 국장은 “(수입 여부 판단) 결과를 당장 말할 수 없지만 이천쌀이 정말 좋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환대해 주고 좋은 시설을 보여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민충식 조합 대표는 “수출 기회를 주면 한국인이 먹는 최고의 쌀을 중국인들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루 국장 일행은 오찬 뒤 충북 청주로 이동했다. 이들은 24일 충북 청주(빛 광복쌀)에 이어 25일 충남 서천(서천 서래야쌀)과 전북 군산(철새도래지쌀)을 찾는다. 26일 전남 해남(한눈에 반한 쌀), 27일 강원도 철원(오대쌀) 등을 둘러보고 29일 돌아간다. 중국은 실사를 바탕으로 1월 중순께 업체를 선정하고 한국 쌀을 수입할 예정이다.

이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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