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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숙제검사 잘 봐달라’ 460만원 촌지 받은 교사 “무죄”

중앙일보 2015.12.24 02:51 종합 12면 지면보기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로부터 수백만원의 촌지를 받은 혐의로 사립학교 재단에 파면하라고 요구한 서울 계성초등학교 교사 2명이 23일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형남 시교육청 감사관은 “당혹스러운 판결”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이 파면 요구한 계성초 2명
법원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아”
해당 학교 “징계 수준 다시 고민”
시민단체 “학부모 상상 못할 판결”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현용선)는 지난해 이 학교 4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하면서 학부모 2명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460만원어치의 현금·한방약품·상품권 등을 받은 신모(48) 교사에 대해 금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회 상규에 어긋나거나 위법하게 처리해 줄 것을 부탁받은 것은 아니다”고 무죄 취지를 밝혔다. 학부모에게 400만원어치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모(45) 교사에 대해서도 “금품을 줬다는 학부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촌지를 줬다는 것 자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대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전제한 것으로 실제로 신 교사가 받은 청탁도 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교사에 대해서도 “금품을 받은 사실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 수사 결과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신 교사에게 금품을 건네며 ▶생활기록부에 나쁘게 적지 말아 달라 ▶아이가 아플 때 양호실에 보내 달라 ▶과제물 검사 때 혼내지 말아 달라 ▶따뜻한 관심을 가져 달라는 등의 부탁을 했다.

 시교육청은 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두 교사에 대한 파면 요구 방침은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김 감사관은 “사법적 처벌과 별개로 사립학교 교사는 공무원에 준해 징계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두 교사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공약인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적용된 첫 사례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8월 교육 비리 척결을 위해 10만원만 받아도 해임·파면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이 학교를 상대로 감사를 벌여 두 교사의 촌지 수수 사실을 밝혀낸 뒤 올 1월 배임수재 혐의로 형사 고발하는 한편 사립 재단 C학원에 파면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C학원은 지난 10월 두 교사에게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시교육청은 “원칙대로 파면하라”며 재심의를 요청했으며, 현재 이 학원은 징계 수위를 논의 중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은 “일반 학부모의 상식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최근 강남의 한 사립고는 100만원을 받은 교사에게 재단이 나서 해임 징계를 내렸다. 재단이 앞장서 중징계해야 교단이 청렴해진다”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대가성 문제, 법적 문제를 떠나 학부모에게 수백만원을 받는다는 건 교사로서 심각한 직업윤리 위반이므로 중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은 앞선 촌지사건 판결과 대비된다. 지난해 7월 서울서부지법은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내 아이를 잘 돌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상품권 등 160만원어치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 초등학교 교사의 항소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400만원 등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촌지 근절을 위한 사회적 노력을 무위로 돌렸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백민경·서복현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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