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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노사분규 2년새 4배 ‘노동운동 대부’ 쩡페이양 검거

중앙일보 2015.12.24 02:44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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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첫 노동 비정부기구(NGO) 가 공안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중국 산업계 노사분규에 대해 외부 세력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경고로 분석된다.

“파업 배후 조종해 사회불안 조성”
공안당국, 간부 6명도 함께 붙잡아
외부세력 노동쟁의 개입에 경고

 신화통신은 22일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공안 당국이 최근 ‘판위노동자 행정 서비스부’라는 이름의 노동단체 지도자인 쩡페이양(曾飛洋·41·사진) 등 핵심 간부 7명을 검거했다고 보도했다. 쩡은 중국 노동운동의 대부로 알려진 인물로 해외에서 열린 각종 노동 관련 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한 인물이다.

 판위는 광저우시에 있는 구의 이름으로 이곳에는 소규모 공장이 많다. 이 단체는 지난 10여 년간 ‘무료 노동자 권익보호’라는 기치를 내걸고 중국 내 각종 노동 분규에 개입해 중재를 하는 등 중국의 첫 노동 NGO로 이름을 날렸다. 단체 내에 노동자 권익 관련 교육 과정이 개설돼 있고 2000년대 초반 교육 내용과 이 단체의 활동은 한국과 홍콩 등지에서 방송되기도 했다.

 공안 당국은 그러나 이 단체가 해외 노동조직과 연계해 중국 내 산업 현장의 파업을 배후 조종하고 사회 불안과 혼란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지난 4월 광저우시 판위구 리더(利得)피혁 공장 근로자 수백 명이 공장을 폐쇄하고 6일 동안 파업을 했는데 모두 이 단체가 배후 조종했다는 것이다. 당시 파업으로 공장 측은 4000만 위안(약 71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쩡은 최근 주강 삼각지 부근 각종 공장 노동 분규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안당국은 또 쩡이 홍콩에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2008년부터 지금까지 해외 노동단체로부터 500만 위안을 송금 받아 국내 파업을 조종하는 등 사회 불안을 조성하는 데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쩡은 ‘판위 노동자 행정서비스부’ 홈페이지에 자신은 1996년 화난(華南)사법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난슝(南雄)시 사법당국과 로펌에서 근무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공안 당국은 그의 실명은 쩡칭후이(曾慶揮)이며 직업 훈련 중학교를 다니다 매춘으로 퇴학됐다고 밝혔다. 이후 쩡은 쩡페이양이라는 가명으로 1998년 ‘판위 노동자 행정서비스부’에 가입해 2002년 이 단체의 지도자가 됐다.

 중국 당국의 노동운동 단속은 경기 둔화에 따른 노동쟁의 증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투자 확대를 바라는 중국 정부가 친기업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동자 대표들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노동사회보장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1390건의 노사 분규가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 539건보다 158% 늘었다. 2013년 노사분규 발생 건수(390건)의 4배가량 된다. 보고되지 않은 소규모 노사 분규는 매년 수십만 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쩡이 검거된 광저우에선 분규가 더욱 급증했다. ‘중국의 공장’이라 불리는 만큼 임금 체불과 공장 폐업 등의 영향이 더 큰 탓이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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