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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담근 김치예요” … 해마다 독거노인 찾는 ‘어린 산타들’

중앙일보 2015.12.24 02:03 종합 2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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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교대부설초등학교 학생들이 성금을 모아 구입한 배추로 김장을 하고 있다. 이날 만든 김치는 독거 노인 10명에게 전달했다. [사진 춘천교대부설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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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사랑의 성금 캠페인 모습. [사진 춘천교대부설초등학교]

26㎡(약 8평) 단칸방에서 홀로 사는 박모(80·춘천시 효자동)할아버지는 최근 ‘어린산타들’로부터 내복과 양말·김치를 선물 받았다. 손 편지도 있었다.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이웃 주민에게 편지를 읽어 줄 것을 부탁했다. 편지에는 ‘할아버지 날씨가 많이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요. 이번 겨울은 따뜻하게 보내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박 할아버지는 “편지 내용을 듣는 순간 코끝이 찡했다”면서 “용돈 받아 쓰기도 모자랄 텐데 참 고맙다”고 말했다.

춘천교대부설초 5년째 나눔활동
올해 엔젤저금통 431만원 모아
김장하고 성금 내고 연탄 기부
매달 복지시설 찾아 봉사도

 2년 전부터 혼자 생활해온 천모(72·춘천시 효자동)할머니도 ‘어린산타들’에게서 직접 담근 김치 5포기와 내복·양말을 전달받았다. 천 할머니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떻게 김장을 했는지,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어린산타들’은 춘천교육대학부설초등학교의 학생회 간부 5명이다. 이들은 지난 15일에도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연탄을 선물하고 싶다며 강원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을 찾아가 100만원을 기부했다. 이 돈은 지난 1년간 매주 화요일마다 전교생 400여 명이 모두 참여해 자율적으로 모아온 ‘엔젤저금통’ 성금의 일부다.

기부금을 전달받은 연탄은행은 연탄 2000장을 저소득층 10가구에 배달할 예정이다. 학생회장 김형준(12)군은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어린 산타들’의 기부 활동은 연중 계속 진행돼 왔다. 노인·장애인 복지시설 2곳에 3~6학년 학생들이 매월 1회씩 방문해 악기 연주와 안마 봉사를 해왔다. 지난 10일엔 강원도 춘천의 한 장애인 시설을 방문해 크리스마스트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 21일엔 강원도 양구에 있는 군부대를 방문해 세탁기 2대를 선물했다.

 김예린(12)양은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더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기부와 봉사 활동에 나선 것은 벌써 5년째다. 2010년 부임한 김정숙 교장이 이듬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어린이’를 교육 목표로 세우면서 나눔 활동이 시작됐다고 한다.

 김 교장은 “지난 5년간 진행해 온 나눔 활동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아이들이 물질적인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기부를 통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올 한 해 엔젤저금통·특별성금 등을 통해 431만 원을 마련했다. 이 돈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불우한 이웃에게 모두 전달됐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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