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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 “한때 방황했지만, 결국 배구가 내 운명”

중앙일보 2015.12.24 01:55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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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이 ‘번아웃 증후군’을 이겨내고 배구 코트를 휘젓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열리는 올스타전에 앞서 루돌프 머리띠를 한 양효진. [용인=박종근 기자]


 양효진(26·현대건설)은 가장 성공한 여자배구 선수다. 25일 천안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여자부 팬투표 1위(4만130표)도 그의 몫이다. 이번까지 3년 연속 최다 득표자가 됐다.

운동만 하다가 청춘 끝날까 불안
지난 시즌 무기력증 빠지며 부진
연애도 해봤지만 배구 더 절실해져
점심 굶어가며 신인 시절처럼 훈련
이번 시즌 국내선수 득점 1위 부활


 그러나 얼마 전만 해도 양효진은 행복하지 않았다. 지난 22일 용인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2007년 프로에 데뷔한 후 지난 시즌 처음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계속 배구만 해서 지쳤다. 배구 말고는 내 삶에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가 흔들리면서 우승후보였던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3위에 그쳤다.

 양효진은 이른바 ‘번아웃(burnout) 증후군’에 빠졌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극도의 피로감으로 인해 무기력증에 빠지는 현상이다. 번아웃 증후군의 처방은 간단하다.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양효진은 “남자친구를 만나는 등 코트 밖 세상에 관심을 가졌다. 막상 해보니 별 게 아니더라. 배구로부터 얻는 뿌듯함이 참 좋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의욕이 솟아났다. 펑펑 울면서 훈련했던 신인 시절로 돌아갔다. 지금 그는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다. 23일 현재 양효진은 국내선수 중 득점 1위(274점), 블로킹 득점 1위(세트당 평균 0.85개), 서브 득점 2위(세트당 평균 0.36개)에 올랐다. 아울러 현대건설도 1위(12승3패·승점35)를 달리고 있다. 양효진은 “배구가 내 운명”이라며 웃었다. 지금 그는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 개인과 팀 성적이 다 좋다.

 “열 살에 배구를 시작해 쉬지 않고 계속 달려왔다. 몇 년 동안 친구도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여름에 쉴 때는 대표팀에 뽑혀 외국에서 경기를 했다. 지난해 문득 ‘이렇게 배구만 하다가 20대 청춘이 다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허했다. 그래서 남자친구를 사귀고 다른 일도 해봤다. 그런데 오히려 배구를 하고 싶어졌다. 요즘엔 경기를 이기고 저녁 식사할 때 가장 행복하다. 대신 쉴 때는 배구에 대한 생각을 싹 비우고 있다.”

 - 지난 시즌 세트당 평균 0.16개였던 서브 득점이 크게 향상됐다.

 “서브 도약거리를 줄였다. 원래 엔드라인에서 5m 정도 나가다가 올해는 3.5m를 걸어나가 서브를 넣는다. 도약거리만 짧아졌는데 공에 힘이 더 실리는 것 같다. 스파이크 서브가 아닌데도 상대 선수들이 잘 받지 못하더라. 서브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공이 갑자기 쑥 떨어지고, 아웃이 될 줄 알았던 공이 안쪽에 떨어진다.”

 - 블로킹을 잘해서 별명이 ‘거미손’이다. 여자프로배구 최초로 800개 성공을 앞두고 있다. 현재 797개로 통산 1위다.

 “한때 오전 9시에 훈련을 시작하면 오후 2~3시까지 밥도 못 먹고 계속 블로킹을 했다. 손 모양을 많이 신경 썼다. 손을 살짝 오므리는데 엄지와 소지에 힘을 줘야 한다. 점프를 했을 때도 손 모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공이 날아오면 무서워서 얼굴을 피하거나 손이 흔들렸다. 또 신경이 날카로웠다. 지금은 익숙해졌다. 키(1m90㎝)가 큰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이렇게 안 컸으면 배구를 안 했을 거다.”

 - 올해도 올스타전 최다 득표를 했다.

 “예전엔 크리스마스에 훈련이나 경기를 해서 특별한 추억이 없었다. 올해 올스타전은 크리스마스에 열려서 정말 신난다. 팬들과 함께 나도 즐기고 싶다. 그런데 팬들 앞에서 춤추는 이벤트를 하는 건 힘들다. 난 더 이상 20대 초반 선수들처럼 풋풋하지 않다. ‘거요미(거인+귀요미)’란 별명도 이제 반납하고 싶다.(웃음)”

용인=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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