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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워치] 한반도 평화와 공영을 위한 러시아의 역할

중앙일보 2015.12.24 01:45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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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경제제재 등 서방 압력에 대응해 러시아는 지난 9월 말부터 시리아 사태에 개입했다. 국제정치 열점의 중심에 선 것이다. 파리 테러 이후 대(對)이슬람국가(ISIS) 공동전선 형성 기류가 감지되면서 서방의 대러 제재가 내년 하반기 이후 풀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의치 않으면 러시아는 전선을 아프가니스탄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가 동북아에서 한반도 평화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까.
 

러시아, 동방서 신성장 동력 찾아
극동 항만·산업단지 활성화 주목
러-북-남 프로젝트 추진에 관심
주변국 협력으로 평화 모색해야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으로부터의 압박 때문에 동북아 내 러시아 입지가 축소된 것은 사실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외 모든 동북아 국가가 이런 러시아를 자국 외교의 자산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균형화하는 방안으로 대러 관계를 강화해 ‘승리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을 시작했다. 일본 또한 대러 제재에 형식적으로 참여하면서도 푸틴 대통령 방일을 추진해 북방영토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어떤 나라보다 중국은 대규모 천연가스 구매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궁지에 몰린 러시아 껴안기에 열심이다. 오직 한국만이 2013년 푸틴 대통령 한국 방문 시 맺은 협력 프로젝트들을 주저주저 끌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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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러시아의 전략적 관심은 유럽과 유라시아에 더 할애되어 있다. 하지만 급하지 않다고 동북아가 덜 중요한 지역은 아니다. 도리어 러시아는 자국 미래를 위한 신성장동력을 동방에서 찾고 싶은 강한 열망이 있다. 러시아가 미래를 위해 가장 공들이고 있는 지역이 동북아, 특히 한반도다.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유치하면서 표면화된 푸틴의 신동방 정책의 성패는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 항만 및 연관 산업단지 활성화에 크게 달려 있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핵심적 이유다. 러시아는 이미 중국과 자루비노항 개발을 추진 중이다. 중국 투자를 유치해 자국 극동항만 개발에 바쁜 러시아가 왜 자국 자본을 투여하면서까지 인접한 나진항 개발에 열성적일까.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도 러시아는 극동개발 및 동북아와의 협력을 독자적 입지가 최소한으로나마 확보되는 구도 속에서 추진하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러-북-남으로 연결되는 프로젝트의 추진에 깊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2000년 푸틴의 평양 방문 이후 대북관계 회복·개선에 진력해 왔다.

 2013년 이후 대중 관계가 소원해진 북한은 대러 협력을 강화했다. 러시아는 북한 내 자원개발, 철도 개·보수, 공단 개발 등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한국 및 주변국들과 협력해 이를 추진하려 한다. 한 보고에 따르면 러시아는 개별회사 판매 형식으로 북에 50여만t의 석유를 공급하고 있고, 이는 승리화학공장의 기동 가동을 통해서도 간접 확인되었다. 러시아는 한반도를 축으로 하는 동북아 경협구조를 강화해 역내 이해당사자 입지를 확보하는 전략을 포기할 수 없다. 결국 남-북-러 3각협력 성패의 키는 러시아나 북한보다는 점점 한국 측으로 넘어오고 있으며, 한국은 이를 두고 주저하고 있는 형국이다.

 러시아 신동방 정책은 한반도 평화증진과 대륙협력을 강화하는 고리로 효용이 높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하고 시범사업으로 러 석탄과 백두산 생수를 러시아가 개·보수한 나진항을 통해 수입했다. 이 협력모델을 북한 내 특구 및 북 접경지역에 확산시켜 정치적 부담은 줄이면서 경협의 다양한 거점을 확보해낼 수 있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환(環)한반도 경협 기반을 확대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의 평화와 공영에 대단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북 급변사태에 따른 통일 시나리오가 유망한 통일경로라는 기대가 한국 내 일각에 존재하지만 분명한 것은 러시아나 중국이 북한 붕괴를 예상하고 있지 않다. 설혹 북 급변사태가 발생해도 현 한국이 주변국들은 물론 북 주민들에게 환영받기에는 준비가 충분치 않다. 게다가 한반도 통일은 북 급변사태 경로 이외에도 양국 간 평화공존과 대화를 통한 점진적 경로, 그리고 1국가 1체제가 아닌 네트워크적 다층통합 경로 등의 다양한 방식이 있다. 우리는 이 모두에 준비되어야 한다. 북한의 급변사태는 대비해야 할 사안이지만, 기다려야 할 미래는 아니다.

 그렇다면 미-중 협력과 경쟁이 교차하는 동북아 세력 가운데 러시아와 일본, 그리고 북한을 포함하는 다양한 소다자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은 북과의 직간접적 관계를 개선할 것이다. 또 미·중 사이에 위치한 동북아 중간국들이 협력 기반을 강화해 지역 세력균형 및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러시아와 협력해 남-북-러 3각협력을 증진하고 주변국들과의 소다자협력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한반도·동북아의 평화와 공영을 견인하는 노력은 꾸준히 궁구되어야 할 것이다.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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