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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 <605> 한국예술 ‘20세기 고전’

중앙일보 2015.12.24 01:28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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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21세기에 접어든 지도 벌써 15년입니다. 지난 세기 만들어진 우리 예술작품 중 어떤 작품이 20세기 한국예술을 대표하는 고전의 반열에 올라갈까요.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에서 예술계 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해 미술·음악·연극·영화·무용·전통예술 등 6개 장르의 ‘20세기 고전’을 뽑았습니다. 각 작품의 선정 이유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들어봅니다. 

김환기·윤이상·차범석·김덕수 … 시대를 넘어선 이들

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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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년).

미술 ‘20세기 한국예술의 고전이 될 미술 작품’ 1위에는 김환기의 유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년)가 선정됐다. 먹색에 가까운 짙은 푸른색의 작은 점들을 화면 전체에 찍어나간 작품으로 김환기의 1970년대 점화의 대표작이다. 조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미술원 미술이론과 교수는 “전통 서화의 기본 요소인 점을 주된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형상성을 배제한 점과 색은 ‘무한의 형상성’을 환기시킨다”고 평가했다. 최열 미술평론가는 “서구 미술 도구와 재료를 자기화해 서양과 동양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방법만으로도 ‘인류사의 기념비’”라고 말했다. 또 최태만 국민대 미술학부 교수는 “이 작품은 김환기 작품 세계 중 서정적 추상에서 무수한 점의 병렬로 ‘전환’되는 대표작이며 뉴욕에 거주하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점’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관현악곡 ‘예악’ 1966년 독일서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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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윤이상. 한민족 정서를 서양음악에 접목시켰다.

음악 작곡가 윤이상의 관현악곡 ‘예악(禮樂)’이 ‘20세기 한국예술의 고전이 될 음악 작품’ 1위로 선정됐다. 1966년 독일 도나우싱엔 음악제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우리나라 전통 제례음악의 음향적 색채를 현대 악기로 구현해냈다. 음악학자인 홍정수 전 장로신학대 교수는 “당시 가장 새로웠던 음향음악의 한 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을 전통적이고도 첨단적인 방식으로 결합시켰고,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에서 단연 그 독특함이 두드러지는 경우라 할 수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안소영 서울대 서양음악연구소 학술연구원은 “윤이상은 20세기를 대표할 수 있는 세계적인 한국인 작곡가”라며 “관현악을 위한 ‘예악’은 윤이상을 세계적인 작곡가로 만들어준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종묘제례악을 의미하는 ‘예악’은 서양악기를 통해 우리나라 음악과 국악기를 표현하고 있으며, 또한 국악과 서양음악을 결합한 작품으로서 성공을 거둔 최초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산불’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최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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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한국예술의 고전이 될 연극 작품’ 1위로 꼽힌 연극 ‘산불’. 극작가 차범석의 대표작으로, 1962년 초연했다. 사진은 2005년 국립극단의 ‘산불’ 공연 장면. 임영웅이 연출을, 강부자(오른쪽)가 양씨 역을 맡았다. [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 ‘20세기 한국예술의 고전이 될 연극 작품’ 1위로 극작가 차범석의 ‘산불’이 선정됐다. ‘산불’은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국전쟁으로 여자만 남은 산골 과부 마을에 한 남자가 들어오면서 벌어진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1962년 서울 명동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에서 이진순 연출로 초연했다. 김방옥 동국대 연극학부 교수는 ‘산불’에 대해 “6·25 전쟁의 실상을 그린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최고봉으로 20세기 한국 근대극을 안정된 궤도에 오르게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유민영 서울예대 석좌교수는 “유치진이 시작한 리얼리즘의 절정을 보여주며 동족상잔을 여성들의 욕망과 비극적 좌절로 승화시킨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미원 한예종 연극원 연극학과 교수는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데올로기의 허상이라는 당시로는 터부적인 결론까지 제시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도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정점에 서 있다. 환경과 본능에 의한 동인(動因)들로 인해 인과율이 짜여지고, 작가의 감상성이 개입될 여지없이 인과율에 따라서 플롯은 진행된다. 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외딴 환경에서 사는 집단 주인공의 비극으로, 나아가 유전을 강조하는 자연주의로까지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최영주 연극평론가는 “매우 잘 짜인 서사적 구조와 공간적 구조의 표본으로 간주될 만하고 갈등의 전개에서 고전 비극의 형식미를 보여준다”며 “초연 당시 성공적인 관객 동원에 성공하면서 창작극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기영의 ‘하녀’와 유현목의 ‘오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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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녀’(왼쪽)과 ‘오발탄’ 포스터.

영화  김기영 감독의 스릴러 영화 ‘하녀’(1960년)와 유현목 감독의 리얼리즘 영화 ‘오발탄’(1961년)이 ‘20세기 한국예술의 고전이 될 영화 작품’ 공동 1위에 올랐다. 영화 ‘하녀’는 1960년 서울 명보극장에서 개봉 당시 1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0년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유지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는 영화 ‘하녀’에 대해 “관습적인 한국영화 흐름 속에서 이례적인 표현주의 미학을 대표한다”고 평가했다. 정성일 영화평론가는 “이 영화가 한국영화의 원형이라고 부를 홈드라마 안에 들어가서 그 내부를 충만한 리비도로 쑥밭을 만들어버린다”고 평했다.

 ‘오발탄’은 이범선의 동명 원작소설을 각색해 만든 영화다. 자유당 정권 말기 부정부패·빈부격차·실업문제·이념대립 등의 사회상을 담았으며, 최무룡·김진규·서애자·김혜정·노재신 등이 출연했다. 5·16 군사정변 직후 한때 상영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김선아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교수는 영화 ‘오발탄’을 두고 “전쟁 직후 황폐해진 가족과 주인공 남자의 소멸돼가는 영혼의 모습을 뛰어난 영화언어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또 유지나 교수는 “한국전쟁 후 분단의 아픔과 피폐한 일상을 치열하게 재현한 한국영화 리얼리즘 텍스트의 상징”이라고 했다. 정재형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은 “체제 안에서 영화가 어떻게 기능해야 할 것인가를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 ‘오발탄’의 의미를 짚었다.

 
김매자 ‘춤본Ⅰ,Ⅱ’ 한국 춤 미학 기틀

무용
  김매자 창무예술원 원장의 ‘춤본 Ⅰ, Ⅱ’(1987년, 1989년)가 ‘20세기 한국예술의 고전이 될 무용 작품 1위’로 선정됐다. ‘춤본’은 한국전통춤인 궁중정재·민속무·불교무·무속무 등에 있는 여러 춤동작을 하나의 틀로 모형화한 작품이다. ‘춤본 Ⅰ’이 춤의 외적인 틀을 형성하는 작업이었다면 ‘춤본 Ⅱ’는 한국 춤 속에 내재된 신명을 형상화했다. 김예림 무용평론가는 “1970년대까지 주를 이룬 신무용에서 벗어나 우리 춤을 현대화하는 데 ‘춤본’이 초석을 마련했으며, 한국 춤의 컨템포러리화에 중추적 역할을 해온 김매자의 춤 본질을 정리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종호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회장은 “한국 춤의 모든 요소를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는 동시에 한 편의 예술작품으로서도 드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경우로 풍부한 자산에 비해 자료정리의 전통이 빈약한 한국 춤의 방법론 확립에 큰 도움을 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무용평론가 역시 “ 정중동과 음양오행의 원리를 바탕으로 집대성한 현대적 감각의 창작품으로 전통과 현대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작곡가 이상규 대금협주곡 ‘대바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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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공연(2008년).

전통예술   김덕수·김용배·이광수·최종실 사물놀이팀의 ‘사물놀이’(1978년)와 작곡가 이상규의 대금협주곡 ‘대바람 소리’(1978년)가 ‘20세기 한국예술의 고전이 될 전통예술 작품’ 공동 1위에 올랐다. ‘사물놀이’는 농악의 기본 타악기인 북·장고·징·꽹과리 등 네 악기(사물)를 이용해 마당놀이의 성격이 강한 풍물 공연을 현대 무대 양식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1978년 서울 계동 공간사랑에서 초연했다. 김혜정 경인교육대 음악교육과 교수는 ‘사물놀이’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국적 정체성을 담보하여 만들어졌다는 점 ▶만들어진 이후에도 끊임없이 재창조를 거듭함으로써 살아있는 전통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한 작품에 머물지 않고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20세기를 대표할 만하다고 짚었다. 박소현 영남대 음대 교수는 “풍물가락을 ‘앉은반’으로 실내 연주에 적합하게 재구성해 전통적이지만 새롭게 창안된 음악으로서 전통음악의 대중화 및 세계화에 일조”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송혜진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는 “실연자 중심의 가변적인 음악성을 바탕으로 한 초전문화된 연주양식이 탄생함으로써 과거 농악 전통의 새로운 출구를 열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대바람 소리’는 1978년 서울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국립국악원 연주단과 김정수(추계예대 명예교수)의 대금 독주로 초연했으며, 그해 대한민국작곡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신석정 시인의 ‘대바람 소리’에서 악상을 얻어 만들어졌다. 박소현 교수는 “정악 대금의 장중함과 산조 대금의 세련됨이 잘 표현된 대금 협주곡”이라고 말했다. 또 현경채 음악평론가는 “초연 이후로 국악연주회 무대에서 자주 만나는 음악이고, 대표적인 대금 협주곡으로 아직까지 이 음악을 능가하는 대금 음악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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