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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시그니처’ 앞세워 최고급 가전 공세

중앙일보 2015.12.24 01:12 경제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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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타의 렉서스, 현대차의 제네시스 같은 고급 브랜드가 가전 업계에 등장한다. LG전자는 23일 초(超)프리미엄 통합 브랜드 ‘LG 시그니처(SIGNATURE·로고)’를 내년 초 선보인다고 밝혔다.

초프리미엄 통합 브랜드 내년 출범
렉서스처럼 ‘갖고 싶은 제품’ 지향
내달 미국 CES서 제품들 공개

LG전자는 내수용 가전에서는 제품 군에 따라 디오스(냉장고), 트롬(세탁기), 휘센(에어컨) 같은 별도의 브랜드명을 사용하고 있지만 여러 가전제품에 함께 쓰는 통합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 글로벌마케팅부문장 나영배 부사장은 “시그니처로 브랜드명을 정한 건 LG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최고 작품이라는 의미”라며 “본질에 집중한 최고 성능, 정제된 아름다움, 혁신적 사용성 세가지를 구현하는 제품 만이 초프리미엄 브랜드를 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능과 디자인을 동시에 차별화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애기다.

 LG전자는 다음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쇼(CES)에서 ‘LG 시그니처’ 제품을 공개한 뒤 내년 상반기에 국내와 북미·유럽에 출시할 계획이다. 시그니처 브랜드는 올레드 TV, 세탁기,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 일부 제품에 먼저 적용한 후 선별적으로 확대해 적용한다.

나영배 부사장은 “세계 최초로 드럼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한 제품, ‘냉장고 속 미니 냉장고’로 불리는 신개념 수납공간을 탑재한 제품, 공기 정화과정이 눈으로 보이는 청정기처럼 탁월한 혁신성에 미적 요소까지 갖춘 제품이 우선 적용 대상”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초프리미엄 시장에 뛰어든 건 가전 시장의 정체, 그리고 소비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맞물려 있다. 현재 생활가전과 TV·PC 등을 합한 글로벌 가전시장의 규모는 350조원에 달한다. 이 중 5%인 17조5000억원 가량이 초프리미엄 시장으로 분류되는데 성장 속도를 보면 초프리미엄 제품이 일반 가전에 비해 3배가량 빠르다.

 초프리미엄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 기준이 ‘기능 소비’에서 ‘가치 소비’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토요타와 현대차가 ‘잘 팔리는 제품’이라면 렉서스와 제네시스는 ‘갖고 싶은 제품’”이라며 “초프리미엄 전략의 등장은 제품 기능을 차별화하는 시대에서 브랜드 감성을 차별화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LG전자 측은 “시그니처의 론칭은 성장 속도가 떨어진 가전 분야에서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LG 브랜드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프리미엄 전략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소니가 대표적 사례다. 소니는 2003년 부티크브랜드 ‘퀄리아(QUALIA)’를 론칭했다. 이 브랜드를 달고 나온 TV 제품은 당시 가격으로 70인치 1만 5000달러, 40인치대도 1만 달러를 넘을 정도로 비쌌다. 소니의 일반 TV 제품들 보다 10배 이상의 가격을 붙인 것. 당시 글로벌 가전 업계는 크게 긴장했으나 퀄리아는 3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최 교수는 “가치 수요에 대한 시장 기대치와 가격 정책이 맞아 떨어지고, 단순한 기능적 차이를 넘어서는 감성적 차별화에 성공해야 초프리미엄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뿌리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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