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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과 함께’ 소주 한 잔 …‘남진 야시장’ 떴다

중앙일보 2015.12.23 02:20 종합 1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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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저녁 목포시 자유시장 안에 문을 연 남진 야시장을 찾은 고객들이 중앙통로의 포장마차에서 판매하는 간식거리를 구경하고 있다. [김호 기자]


지난 18일 오후 9시 전남 목포시 산정동 자유시장. 시장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가수 남진의 히트곡 ‘님과 함께’가 흘러나왔다. 목포 출신 가수 남진을 테마로 한 ‘남진 야시장’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노래다. 늦은 밤 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님과 함께’를 흥얼거리며 장을 봤다. 포장마차에 앉아 간식을 먹는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손님 발걸음이 뚝 끊겼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밤에도 불 밝히는 전통시장들
공예 체험장 마련한 순천 아랫장
문화예술 접목한 광주 대인시장
테마 거리 조성, 손님들 끌어모아


 대형마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전통시장이 야시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복고 열풍과 맞물려 야시장을 찾는 손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남진 야시장은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10시에 열린다. 개장식이 열린 지난 11일 1만 명이 찾은 뒤 하루에 7000~8000여 명이 찾고 있다. 야시장은 기존 전통시장 내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남진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조성됐다. 통로 위쪽 양 벽면에 그려진 폭 2m, 길이 80m짜리 남진 벽화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촌스러운 무대 의상의 남진이 특유의 익살스런 표정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양한 먹거리도 인기다. 포장마차 형태의 판매대 20여 개에서 낙지·홍어와 각종 간식거리를 판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온 이주여성들이 만든 외국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젊은이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과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매대 10여 개도 있다. 모두 200여 개의 기존 점포들과 연계한 좌판들이다.

 상인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자유시장 주상옥(64) 상인회장은 “오후 8시만 되면 가게 문을 닫고 귀가하던 상인들이 야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밤 늦게까지 장사를 한다”며 “야시장을 구경하러 온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장을 보는 경우가 많아 매출도 늘었다”고 말했다. 야시장을 찾은 강현수(37·광주광역시)씨는 “즐길거리가 많아지고 남진 관련 기념품을 팔면 손님이 더 늘 것 같다”고 했다.

 순천시 아랫장도 최근 먹거리 야시장을 열었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연다. 포장마차 20여 곳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판다. 구슬 공예, 도자기 빚기체험도 진행된다. 황형하 아랫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장은 “순천은 기차여행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점을 감안해 이들을 위한 공연·프로그램을 보강해 나가겠다”고 했다.

 광주 대인시장은 앞서 2011년 야시장 문을 열어 매회 1만여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젊은 예술가들이 300여 상점의 상인과 어울리며 그림과 공예·조각 같은 작품을 팔거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쇠락하던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광주·전남 야시장의 롤모델이 됐다. 인근 남광주시장도 내년 2월부터 야시장 운영에 들어간다. 현재 야시장에서 선보일 공연 등을 논의하고 있다.

글, 사진=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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