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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입원 도수치료 하고는 1000만원 청구

중앙일보 2015.12.23 00:13 경제 4면 지면보기
#1. 자영업자 김모(37)씨는 올 초 하이힐을 신고 가다 발목을 삐끗해 근육 부분 파열과 만성 염좌 진단을 받았다. 10차례 통원 치료를 받았는데 병원에서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입원을 해 전문물리치료사로부터 발목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도수치료(Manual Therapy)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도수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대상이지만 보험사에서 실손의료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30여 일간 입원한 뒤 100여 차례에 걸쳐 도수치료를 받았다. 보험사엔 1000만원이 넘는 실손의료비가 청구됐다.

골병 드는 실손보험 <상> 과잉 진료의 덫

의료비 74조 중 비급여 23조의 그늘
똑같은 갑상샘암 로봇 수술인데
병원별 비용 최대 1000만원 차이
어깨에 온갖 주사 놓고 180만원
결국 보험료 인상, 소비자 피해로

 #2. 농업에 종사하는 이모(67)씨는 오른쪽 어깨가 아팠다. 올 여름 병원에 갔더니 회전근개파열 진단을 받았다. 봉합 시술 뒤 일주일 간 입원했는데 비급여에 해당하는 주사제 금액이 180만원이나 나왔다. 수술 뒤 양호한 경과를 보였는데 병원에서는 실손의료보험이 있으면 괜찮다며 자양강장·에너지대사·효소세제 등 여러 종류의 주사를 놔줬다. 이씨는 “의사에게 수술 뒤 통증이나 피로를 호소하지 않았는데 몇 차례에 걸쳐 주사를 맞았다”며 “어깨는 모르겠고 온몸에 힘이 나긴 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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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잉 진료와 부당 청구로 인해 비급여 의료비와 관련한 실손의료보험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개별 가입자 입장에선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급여 의료비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차액,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비, 초음파 검사비 등으로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항목이다. 2013년 기준 약 74조원의 국민의료비 중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의료비는 23조원이다. 그런데 비급여 의료비는 연평균 10%씩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급여 부분은 정부가 가격과 의료 기준을 관리하고 통제한다. 그러나 비급여 부분은 의료기관이 명칭·가격·진료량 등을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비급여 항목의 의료비용이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다. 갑상샘암을 치료하는 다빈치로봇수술료도 의료기관에 따라 최대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새로운 과잉 처방·수술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뮨셀엘씨(Immuncell-LC) 요법은 현재까지 간암 환자에게만 효과가 확실한 처방이다. 그런데 다른 암 환자에게도 투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뮨셀엘씨를 투여할 때마다 약 500만원이 드는데 최소 다섯 차례 이상 해야 한다. 최근 비급여 진료에서 가장 논란이 일으키는 도수치료 역시 의료기관별로 보험 청구액이 2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다양하다. 적정 시행횟수에 대한 기준도 없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과도한 비급여 의료비 증가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악화시켜 선량한 다수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며 “비급여 진료가 적절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인순 순천향대 교수(보건행정경영학)는 “비급여 의료행위의 가격과 제공량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관리 장치가 없어 비급여 의료가 증가하고 있다”이라며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적정화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진료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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