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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지하철 9호선이 바꾼 일상, 9호선 연장 개통 9개월

중앙일보 2015.12.23 00:10 강남통신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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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을 타보셨나요. 사진은 9호선 출발역인 개화역의 오전 풍경입니다. 아직은 승강장에 여유가 있어보이네요. 하지만 다음 역인 김포공항역부터는 사람이 꽉 차게 될 겁니다. 당산역·여의도역·신논현역 등 여러 환승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립니다.
실제로 9호선을 며칠간 타봤습니다. 급행 놓치고 발동동 구르는 신입사원, 취업 못한 자식을 걱정하는 고교 동창, 비행을 마친 밤 11시 전철에 오른 스튜어디스 - 지하철 9호선 사람들의 일상을 따라가 봤습니다.


고터에서 데이트, 신논현에서 한잔, 봉은사역에서 쇼핑 … 가까워진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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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은 전 노선에 일반 열차와 급행 열차가 운영되는 시내 유일한 노선이다. 지난 17일 오후 일반과 급행 두 열차가 함께 정차하는 여의도역 승강장에서 사람들이 강남 방향 열차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지하철 9호선은 강남과 강서를 잇는다. 2009년 신논현역과 개화역을 잇는 노선이 처음 개통했다. 6, 8호선 등을 제외한 시내 대부분의 노선과 연결되고 전 구간 급행 노선을 운영하는 유일한 서울 시내 노선이다. 지난 3월엔 2단계 구간인 언주·선정릉·삼성중앙·봉은사·종합운동장 역이 추가 개통했다. 추가 개통 9개월. 지하철 9호선의 풍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오전 7:00 수십 명의 직장인이 유리문 앞에 긴 줄을 서 있었다. 전동차가 도착하고 유리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일시에 전동차 안으로 몰려들었다. LG전자 신입사원인 김현중(25·등촌동)씨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이 열차를 놓치면 안 된다. 직전에 왔던 급행열차는 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끼어들 엄두가 안 났다. 등촌역에서 서울역까지 걸린 시간은 약 40분. 급행을 탔으면 10분 이상 줄일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급행은 언제나 사람들로 꽉 차 있어서 아주 급할 때가 아니면 안 탄다. 출근 시간 9호선은 지옥철이다. 그래도 지하철이 버스보다 20~30분 빠르다. 신입 사원이 늦게 출근하면 안 된다.

오전 8:00 종합운동장역. 개화역 방향 9호선 시작역인 이곳의 전동차 안에는 빈 자리가 듬성듬성 있다. 여의도역에서 내리는 직장인 김현수(40)씨는 “출발역이라 앉아서 갈 수 있어 좋다”며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열차가 봉은사역을 거쳐 선정릉역에 도착했다. 이 역은 분당선과 연결된다. 전동차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밀려 들어왔다. 언주역에 도착한 전동차는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8시10분 열차가 신논현역에 들어섰다. 신논현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강남역(2호선)과 삼성 본사가 위치해 있다. 승차장 유리문이 열리자, 전동차에서 직장인 20~30명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빠져나간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전동차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오전 8:10 고속터미널역. 3호선과 연결된 고속터미널역에 도착하니 다시 한 무리의 승객들이 빠져나가고 그만큼이 다시 탔다. 숨쉬기조차 힘들 만큼 사람들로 가득찬 전동차. 전동차 밖에는 한 20대 여성 안전요원이 ‘다음 열차를 이용하세요’라고 쓴 팻말을 들고 서 있다. 한 30대 남성 보안요원은 전동차 밖으로 삐져나온 사람들을 밀어 전동차 안으로 들여보냈다. 평소엔 치안을 담당하지만 출퇴근 시간엔 그 역할이 달라진다. 사람들이 전동차 안에 모두 탄 후 그는 기관사를 향해 두손을 엇갈리게 흔들었다. 수신호가 끝나자 열차는 문을 닫고 출발했다.

오전 8:20 1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노량진역. 지금까지 내린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또 탔다. 노량진 일대 학원으로 가는 공무원·국가고시 준비생들도 눈에 띄었다. 20분 후 여의도역에 도착하자 다시 한 번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대기업과 증권사가 밀집한 곳이다. 당산역에선 20대들이 많이 내렸다. 연세대·서강대 등 대학이 많은 신촌역·이화여대역·홍대입구역으로 이동하는 이들이다. 시험을 앞둔 학생들은 하차 직전까지 선 채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붐비기만 하던 9호선에 자리가 나기 시작한 건 개화역·김포공항역에 가까워지면서였다.

오후 3:00 봉은사역. 40대 여성 세 명이 여러 개의 쇼핑백을 들고 전동차에 올랐다. 코엑스와 현대백화점에서 쇼핑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 듯 했다. 붐비는 차 안에서 이들은 자녀들의 학교와 학원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오랜만에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좋다.” “다음 달에 또 만나서 영화 보자.”


오후 6:00 ‘이 열차는 개화역 방향 열차입니다.’ 종합운동장역을 출발한 지하철 9호선 안은 아직 한산했다. 열차 한 켠에선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휴대전화로 남자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빠, 한남대교 타고 내려오고 있어? 어디서 볼까? 신논현역? 고속터미널역? 뭐가 예쁘다고 오빠한테 생일선물을 챙겨줘. 선물 없어.” 그렇게 말하는 여성의 발 앞에는 두툼한 남성용 패딩 점퍼와 목도리 세트가 담긴 커다란 봉투가 놓여 있었다. ‘오빠’에게 줄 선물인 듯했다. 봉은사역에 이르자 다시 전동차는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이 여성은 고속터미널역에서 내렸다. 이어 퇴근시간을 맞은 직장인들이 전동차 안으로 몰려 들어왔다. 열차 안은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오후 10:00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 세 명이 신논현역에서 9호선 열차에 올랐다. 오랜만에 만나 한잔한 학창 시절 친구들인 듯했다. “임마, 너 학교 다닐 때 영어 빵점 아니었냐” 이 말을 들은 친구, “그러는 너는 10점인가, 15점인가 했잖아. 지금은 내가 너보다 영어 잘한다. I can speak English for 5 minutes(난 5분간 영어로 얘기할 수 있다).” 이 말을 들은 또 다른 친구가 말했다. “난 10minutes다. 이놈들아.”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이야기는 자녀들의 취업으로 이어졌다. “수진이는 취업 잘했나?” “올해는 글렀지. 내년 상반기 노려야 하지 않겠나. 예원이는 어떻게 됐어?” 대화를 나누던 두 친구가 구반포역에서 내렸다. 남은 한 친구가 자리에 앉더니 스마트폰 카카오톡 창을 열었다. ‘사랑하는 내 딸♥’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오후 11:00김포공항역. 스튜어디스 복장을 한 여성 두 명이 열차를 탔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선배는 검정색 코트를 그보다 어려보이는 후배는 빨간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이제 후배 들어와서 기분 좋아?” 검정 코트의 선배가 빨간 코트의 후배에게 물었다. “막내가 85년생인데 말입니다. 별로 안 예쁜 것 같습니다. (웃음)” “너는 남친 있어? “ 아니요. 아직 없습니다.” “비행 자주 하면 나이만 들고 남자 만나기 힘들어. 얼른 만들어. 조금이라도 여유 있을 때 말야.” “그래야 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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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 열차는 한 편성에 4량의 객차로 구성돼 있다. 한 편성은 열차 한 대를 뜻한다. 9호선은 총 36편성 144량이 전 구간에서 왕복 운행한다.


2단계 구간 개통 이후 더 붐비는 9호선
새로 생긴 봉은사역 이용객 많아, 급행 혼잡도 193% → 206%로 증가


출퇴근 시간 9호선은 여전히 ‘지옥철’이었다. 지난 3월 말 2단계 개통 이후 일부 구간은 더욱 혼잡해졌다. 특히 급행열차는 이용객의 숫자가 개통 전보다 더 늘었다. 객차 수가 8~10량인 1~8호선과 달리 객차 수가 4량에 불과한 9호선의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지하철9호선에 따르면, 2단계 구간 개통 전인 지난해 3월말 오전 7~8시대 가양역 염창역 당산역 여의도역 노량진역의 일반 열차 혼잡도는 평균 112%였지만 올해 9월 혼잡도는 117%로 증가했다. 같은 시간대 급행열차의 혼잡도 역시 평균 193%에서 206%로 높아졌다. 지하철 9호선 이용객은 지난해 10월 하루 평균 40만여 명에서 2단계 개통 후인 올해 10월 45만여 명으로 늘었다. 늘어난 5만여 명은 모두 2단계 개통 구간 이용자 수였다.

광진구에 사는 김현수(40)씨는 2단계 구간 개통 전까지 2호선 강변역에 승차해 당산역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고 여의도역에서 내렸다. 요즘엔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종합운동장역으로 가서 여의도역까지 가는 급행 열차를 탄다. 김씨는 “2단계의 출발역인 종합운동장역으로 가면 앉아서 회사까지 갈 수 있다. 출퇴근시간도 15~20분 줄어 퇴근 후엔 운동장에서 간단히 조깅을 한다”고 말했다.

과천역(4호선)에서 승차해 동작역(9호선)에서 환승, 여의도역으로 이동한다는 직장인 신희라(31)씨는 “2단계 개통 이후 강남 방향 이용객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9호선 측은 “전동차를 늘리지 않은 채 2단계 구간까지 연장 운행을 하게 되면서 운행 횟수가 540회에서 484회로 줄었고 상대적으로 이용객 숫자가 늘어났다고 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출근 시간 승차 1위 노량진, 하차 1위는 여의도
직장인 쉬는 주말엔 승·하차 1위 모두 노량진역
2단계 개통 후 하루 이용객 40만 → 45만명

삼성역 대신 봉은사역 내리는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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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오전 8~9시)대에 9호선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승차하는 곳은 노량진역이다. 노량진역에서 타는 사람이 많은 건 1호선의 환승역이기 때문이다. 노량진역에서 환승해서 강서·강남권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음으로는 신논현·가양·염창·당산역의 순이다. 지난해엔 노량진·가양·염창·신논현·당산역이었다. 2단계 개통으로 종합운동장역이 9호선 마지막 역이 되면서 신논현역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江南通新이 서울시에 의뢰해 작년 10월과 올해 10월 세 번째 주의 화·목요일 승하차객의 평균치를 분석한 결과다. 이용객의 승차지와 하차지를 알려주는 OD(Origin-Destination) 자료를 서울시로부터 제공받아 활용했다.

출근 시간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차한 역은 여의도·국회의사당·신논현·노량진·봉은사역 순이었다. 봉은사역은 2단계 개통 구간에 있는 역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기존 2호선 노선을 이용해 삼성역으로 출근하던 사람들이 9호선을 대신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말엔 가장 많은 사람들이 탄 역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내린 역(점심·저녁 기준)도 노량진역이었다. 직장인들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는 여의도나 국회의사당을 이용하는 직장인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종합운동장역에서 승차한다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 나은혜(29)씨는 “원래 신도림역까지 이동해 1호선으로 환승했는데 2단계가 개통하고 나서는 급행을 타고 노량진역까지 간다. 20분이면 이동 가능해서 좋다”고 말했다.

신논현·강남역 인근 맛집 이용 늘어
“급행 타니 출퇴근 시간 줄고 여유 생겨
강남역 근처서 퇴근 후 만남 늘었다” 

새로 생긴 역 근처 빌딩 착공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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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의 벤처기업 ‘스포카’에서 일하는 김혜영(27)씨는 추가 개통 이후 저녁 약속이 늘었다. 김포공항역 근처에 사는 김씨는 급행을 타면 약 30분이면 선정릉역에 도착한다. 퇴근할 땐 선정릉역에서 강남역으로 이동해 친구를 만나고 오후 9~10시쯤 신논현역에서 9호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면 시달리지 않고 귀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서, 새로 생긴 역사와 근접한 상권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봉은사로변에서 착공에 들어간 신규 빌딩은 총 24곳이다. 2013년과 2012년 각 6곳씩이었는데 올해 4배로 늘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단계 개통에 따라 이동 수요가 늘어면서 상권과 부동산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또 차병원이 가까이 있는 언주역에서도 의료시설과 관련된 빌딩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강남구가 차병원 사거리 인근을 의료관광 특구로 지정했고 이 과정에서 성형업계에 대한 임대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봉은사역·언주역뿐 아니라 2단계 역사 인근에 위치한 상권도 전반적으로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7년 3단계 보훈병원역까지 개통 예정

우리나라에 지하철이 처음 도입된 건 9호선이 만들어지기 약 40년 전인 1970년대다. 경제 발전에 따라 서울의 도시화가 진행되고 주택과 아파트가 늘어나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교통 수요가 늘면서 지하철을 늘려나갔다”고 말했다.

 지하철 건설을 추진한 건 철도청장 출신인 양택식 전 서울시장이다. 74년 서울역과 청량리 구간을 잇는 1호선이 개통됐다. 이후 시청·강남·당산을 잇는 2호선(1980년), 구파발·충무로·양재를 잇는 3호선(1985년), 상계동·충무로·사당동을 잇는 4호선(1985년)이 잇따라 개통됐다. 이후 90년부터 10년 간 5호선(방화역~상일동역), 6호선(봉화산역~연신내·불광역 순환), 7호선(부평구청역~장암역), 8호선(모란역~암사역)이 만들어졌다. 3호선과 4호선 역시 수서역, 당고개역까지 구간이 각각 늘어났다.

 9호선은 최근에 만들어진 지하철 노선이다. 임대환 서울지하철9호선 홍보실장은 “기존 5호선도 방화와 김포공항, 여의도와 강동 지역을 연결했다. 하지만 강서와 강남을 바로 연결하는 노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1~5호선은 서울메트로가, 6~8호선은 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고 있다. 9호선은 서울시가 ‘서울시 메트로9호선’이란 민자 회사에 위탁해 운영되고 있다. 2017년 12월에는 3단계 구간(삼전사거리역~보훈병원역)이 개통될 예정이다.

글=조진형 기자·진용학 인턴기자 enish@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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