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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가계 부채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고령화

중앙일보 2015.12.22 17:56
급속한 한국의 고령화가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2일 국회에 제출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인구 고령화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3~4년 뒤인 2018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국내 60대 이상이 보유한 자산 중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2.4%에 달했다. 그런데 한은이 국내 가계의 금융부채·자산·소득 변화를 분석한 결과 가계의 금융 부채는 57세까지 늘어나다가 1차 은퇴 시기인 58세 이후 부채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자녀 출가 직후인 65~70세 사이에 가장 빚을 많이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팔거나 줄여 빚을 갚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앞으로 3~4년 후인 2018년부터는 60대가 대거 집을 팔기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인구 고령화로 집을 사줘야 하는 35~59세 비중은 갈수록 줄어든다. 시장에 집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데 사줄 사람은 줄어드니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은 조정환 금융안정국장은 “2018년부터 고령층이 부동산을 처분하는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분양 시장이 과열됐다가 주택 경기가 꺾이는 시기와 맞물리게 되면  부동산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령층은 젊은층에 비해 빚이 있는 가구의 수는 적었지만, 빚이 있는 가구의 빚 갚을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부채 보유가구 비중은 50대 65.1%에서 60대 48.2%, 70대 20.8%로 급격히 낮아졌다. 그러나 빚이 있는 고령가구는 나이가 많을수록 소득보다 빚이 더 많아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빚이 있는 60대 이상 가구는 빚이 소득의 2배가 넘었다. 게다가 만기가 돼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빚의 비중은 60대 이상이 40%가 넘어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소득은 주는데 상환부담까지 한꺼번에 몰린다는 얘기다.

한은은 대안으로 부동산 유동화와 고령층 소득 보전을 제시했다. 조정환 국장은 “고령층이 한꺼번에 집을 팔지 않도록 주택연금제도를 활성화해 매물이 나오는 시기를 분산해야 한다”며 “고령층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해 재취업을 유도하는 것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물자산보다 금융 자산을 늘릴 수 있도록 조세제도를 개선하고, 개인연금 가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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