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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디즈니의 르네상스, 부활한 엔터테인먼트 왕국

중앙일보 2015.12.22 17:51
디즈니 르네상스 시대가 왔다. 영화 ‘어벤저스’(2012)와 ‘겨울왕국’(2013)에 이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까지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엔터테인먼트 왕국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18일(현지시간) 북미 지역에서 개봉한 스타워즈는 첫 주에 5억2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중국을 빼고 세운 기록이라 의미는 더 크다.

렌트랙의 폴 데르가라베디언 애널리스트는 21일 “스타워즈의 흥행 수익은 2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스타워즈는 홈비디오 판매 등으로 향후 10년간 디즈니에 엄청난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디즈니의 연이은 성공 스토리는 숫자가 증명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디즈니의 주가는 주당 106달러대에 오르며 10년 만에 5배로 뛰었다. 이익(84억 달러)도 최근 5년간 2배로 늘어났다. 시가총액은 1762억 달러에 이른다.

디즈니 중흥의 신화를 이끈 인물은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다. 아이거는 ABC방송 그룹에서 74년부터 일하다가 96년 디즈니가 ABC를 인수하면서 디즈니에 합류한 인물이다.

아이거는 디즈니가 난파선처럼 표류하던 2005년 디즈니 구하기에 전격 투입됐다. 당시 디즈니가 만들거나 기획한 애니메이션은 히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쟁업체인 드림웍스의 ‘슈렉’ 같은 작품에 번번이 밀렸다. 2004년에는 미국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가 디즈니를 인수하겠다고 달려들 정도였다.

‘디즈니 구하기’란 미션을 받은 아이거는 ‘스토리 텔링’을 사업의 중심에 두고 탄탄한 콘텐트 라인업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그 수단으로 택한 것이 인수합병(M&A)이다. CEO 취임 이튿날 그는 이사회에 픽사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라이언 킹’ 이후 변변한 작품을 내놓지 못하던 상황에서 아이거는 드림웍스에 맞설 카드로 픽사를 골랐다.

아이거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2006년 74억 달러에 픽사를 인수하고, 2009년에는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등을 제작한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40억 달러에 샀다. 2012년에는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 등을 만든 루카스 필름까지 41억 달러에 손에 넣었다.

인수 당시에는 회의론이 컸다. 픽사는 1년에 영화 한 편을 내놓을 뿐이었다. 마블은 주요 작품인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의 저작권을 다른 회사에 넘긴 채 아이언맨과 토르 등 B급 히어로만 데리고 와 ‘팥소 없는 찐빵’으로 불렸다.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를 만든 루카스 필름은 당시에는 새로운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 없었다.

아이거는 이들 회사가 ‘크리에이티브 DNA’를 잃어버린 디즈니에 강력한 한 방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이를 위해 디즈니의 지붕 아래 있더라도 고유의 문화와 색깔을 잃지 않도록 독립성을 보장했다. 그러자 날고 기던 전문가들이 창의력을 발휘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이거의 신뢰에 보답하듯 마블 창작팀은 B급 히어로 스토리를 블록버스터로 탈바꿈했다”고 분석했다. 2012년 개봉한 어벤저스는 15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킬러 콘텐트만으로 디즈니의 부활이 이루어진 건 아니다. 이 콘텐트를 방송, 테마파크, 게임, 캐릭터 상품 등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올렸다. 이를 위해 디즈니는 ABC·ESPN·디즈니방송 등 미디어네트워크, 테마파크, 게임, 캐릭터 상품, 출판물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각화했다. 노무라증권의 안소니 디클레멘테 애널리스트는 “한 콘텐트를 가지고 디즈니만큼 효율적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기업은 찾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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