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정] 감사원 "김제시장, 선거 도운 고향 후배 물품 특혜 구입"…지방재정 누수 심각

중앙일보 2015.12.22 14:54
이건식(무소속) 전라북도 김제시장이 선거를 도와준 고향후배가 부탁했다는 이유로 가축 보조사료 16억원어치를 구매했다고 감사원이 22일 밝혔다. 또 충청남도 논산시는 이용률이 20%가 안 되는 실내체육관이 있었지만 시장 공약사업으로 체육관 건립을 추진하며 행정자치부에 ‘논산시엔 실내체육관이 하나도 없다’고 허위보고를 한 뒤 예산을 따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단체장의 '사심(私心) 예산'으로 낭비되고 있다. 감사원이 22일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재정운영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감사에서 모두 123건의 낭비사례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중 1건을 검찰에 형사고발하고, 4건은 수사를 요청했다.

◇“고향후배니깐 물품 구매하라”=이건식 김제시장은 2008년 시장 집무실에서 A씨를 만났다. 가축보조사료 등을 생산하는 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이 시장에게 ”우리 업체가 생산하는 보조사료를 구입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시장은 해당 부서에 사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관련 부서에서 사업 시행을 미루자 해당 과장을 시장실로 불렀다. 과장이 ”특혜 논란이 있는데다 농가에서 사용을 기피해 사업이 부적절하다“고 항의하자 이 시장은 ”시장이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냐“며 사업을 그대로 추진했다. 다음해에도 같은 문제로 다른 과장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 시장은 ”내 고향 후배고 선거 때 나를 도와준 고마움 때문에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감사원은 발표했다. 2009~2013년 A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매출은 17억5000만원이었는데, 김제시가 구입해준 것만 16억1000만 어치였다.

감사원은 이 시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이 현직 자치단체장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한 것은 처음이다.

◇시장 집 앞 도로에 계획에 없던 대기차선 생겨=공주시 공무원들은 2012년 운궁-고성간 도로 확ㆍ포장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 구간을 무단으로 변경했다. 이준원 당시 공주시장의 배우자명의로 짓고 있는 주택까지 총 2.6㎞ 구간에 대기차선 7개소와 갓길포장 3개소를 만드는 공사를 실시했다. 과장이나 시장 등 상급자에게도 보고하지 않고 설계사를 찾아가 설계변경을 부탁했다.

이들은 감사원에 “주민들로부터 도로 확ㆍ포장공사에 대한 건의가 많았던 지역에 대기차선을 설치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공주시장의 신축주택 앞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시장이 건축 중인 주택의 진출입로에만 유일하게 대기차선이 설치된 것을 봤을 때 이들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장 공약인 체육관 지으려고 행자부에 허위보고=충남 논산시는 황명선 시장의 공약인 다목적 실내체육관(사업비 282억원)을 추진하면서 행정자치부에 허위보고를 했다. 논산시엔 이용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내체육관이 2개나 있다. 그런데도 행자부에 보고할 때는 체육관이 하나도 없다고 보고했다. 행자부는 2015년 2억7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수원시는 ‘생태교통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사업비가 32억원에서 132억원으로 늘어났는데도 재심사 등 타당성 검토 절차를 받지 않고 예산을 집행했다. 염태영 시장은 규정상 보조금을 줄 수 없는 생태교통 관련단체에 11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