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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양이에게 생선 준 지자체 등 60곳 적발

중앙일보 2015.12.22 14:41
지방자치단체 등 60곳에서 공공부문 공사에서 나온 건설폐기물을 처리를 민간업체에 맡기면서 발생량을 제대로 확인않고 업체 요구대로 비용을 지급해온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 기관은 공공기관 공인인증서를 민간업체에 불법으로 넘겨주고 공무원이 해야 할 전산 입력을 한결같이 민간업체에 맡긴 사실도 확인됐다.

공공부문 건설폐기물, 발생량 확인 않고 민간업체 요구대로 비용 지급
공무원이 해야 할 전산입력, 공인인증서 업체에 넘겨주고 대신하게 해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22일 "정부부처 5곳, 지자체 50곳, 공공기관 5곳 등 60개 기관에서 건설폐기물 처리 과정서 공공기관 공인인증서를 관련 업체에 불법 유출하고 예산을 부정 지급한 사실이 확인돼 관련 공무원 36명과 폐기물처리업체 30곳을 업무상 배임 등으로 수사 의뢰하고, 나머지 공무원 328명은 부처별로 징계 조치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 60개 기관은 지난 2012년 이후 최근까지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민간업체에 모두 1549억원을 지급했다. 국무조정실은 "지급액 중 부당하게 지급된 예산 규모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현행 폐기물 관련 법에 따르면 청사 철거 등 공공부문에서 폐콘크리트·폐시멘트 같은 폐기물이 5t 이상 나오면 해당 기관은 정부의 '폐기물처리 종합정보시스템'(올바로시템) 을 통해 폐기물을 처리하게끔 돼 있다. 공무원이 폐기물 처리 전에 종류와 발생량을 입력하고 잏에 민간처리업체가 운반·처리 뒤에 이 내역을 입력하면 공무원이 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민간업체의 불법 매립 등을 막는 등 폐기물 배출·운반·처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 이 시스템을 이용해 지난 6월까지 지자체 등 384개 개관이 9만7000여 현장의 건설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1조7037억원을 집행했다. 이번에 적발된 기관 60곳은 전체 384개 기관 중 15.6%를 차지한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이 중 상당수에서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행정자치부·국토교통부·환경부 등 7개 부처와 함께 폐기물 배출 물량이 많은 192개 현장(모두 60 개관)의 처리 실태를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 한 구청의 담당자는 폐기물업체가 "올바로시스템 전산 입력을 대신 해주겠다" 하자 전자서명법을 어기며 구청 명의의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를 업체에게 e메일로 보내줬다. 공인인증서는 공무원이 폐기물 방출자로서 예상하는 폐기물 종류·물량 등을 이 시스템에 입력할 때 필요하다. 이 내용은 민간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이 정보를 민간업체가 대신 입력하고, 사후 처리 내역을 공무원이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민간업체가 입력한 대로 예산이 지급되게 된다.

정부 부처의 다른 공무원은 처리업체가 이미 확보한 공인인증서를 계속 이용해 전산 입력 업무를 대신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

또 처리 물량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과다한 예산이 업체에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지자체는 재해예방사업 공사를 하면서 처리업체가 "25t 트럭에 연간 평균 30, 32t을 실어 날랐다"고 과다 청구를 했는데도 업체 요구대로 비용을 지급했다. 또 다른 처리업체는 하루 동안 동일한 트럭이 강원도 강릉·정선 사이를 36회 운행한 것으로 올바로시스템에 입력하고 허위로 작성된 인계서를 근거로 처리 비용을 받았다. 국무조정실은 "폐기물을 싣고 운반해 버리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횟수인데, 담당 공무원이 이를 그대로 인정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현장에 대해선 부처별로 전수조사를 하게 하기로 했다. 또 유사한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도 하기로 했다. 우선 기관별로 한 개의 공인인증서를 여러 공무원이 복사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공인인증서가 외부로 불법 유출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담당자별로 복사가 불가능한 공인인증서를 개별 지급하는 등 인증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민간업체가 폐기물 처리 증빙을 제출할 때 배출 일시·장소, 폐기물 종류, 적재량 확인이 가능한 사진 또는 동영상 촬영을 의무화 하는 등 증빙 자료도 표준화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오균 국무1차장(부패척결추진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번 적발 내용을 발표하면서 "공공부문 개혁 차원에서 이번 건설폐기물 처리 비리와 유사한 구조적 비리를 발본색원하고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해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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