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 뉴욕시에선 남자가 여자 화장실 이용할 수도…성 차별 금지 시행

중앙일보 2015.12.22 14:27
앞으로 미국 뉴욕시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남성에게 넥타이나 보타이 착용을 강제해선 안 된다. 체육관에서 남녀 탈의실 가운데 어떤 것을 사용하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특정 성별의 이름을 원하는 직원에게 외모만으로 다른 성별의 명찰을 달도록 해서도 안 된다. ‘생물학적’ 성(性)이 아니라 ‘정체성’에 따른 성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뉴욕시 인권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 정체성 차별금지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guidelines)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위반했을 때 최고 2만5000 달러(약 3000만원)의 벌금을 물 수 있어 사실상 조례에 가깝다.

이번 권고안은 2002년 제정된 차별금지법의 성적 정체성 차별 조항을 구체화한 것이다. 캐멀린 멀래리스 뉴욕시 인권위원장은 “이번 권고안은 뉴욕시가 차별 문제에 쏟고 있는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정체성 차별 문제는 최근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지난 11월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차별 금지 조례를 주민 투표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화장실 등 공공장소를 이용할 때 외모나 생물학적 성과 상관 없이 자신이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지만 주민들이 성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이다.

뉴욕시 권고안은 ‘미즈(Ms)’ ‘미스터(Mr)’처럼 성별이 구별되는 호칭을 사용할 때에도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인권위 측은 원하지 않는 호칭을 실수로 말할 수 있지만 반복되거나 조롱의 의미로 사용될 때에는 권고안 위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특정 성별의 화장실이나 라커룸 사용을 거절당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운영자는 재량에 따라 남녀 공통시설을 만들거나 1인용 시설을 만들 수 있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다.

직원의 복장과 머리 모양도 차별적이어선 안 된다. 공통의 복장을 만들 필요는 없지만 여성에게 특정 복장이나 화장을 요구하거나 남성의 장발을 금지하는 것은 권고안 위반에 해당한다. 권고안은 모든 상업적 공간의 소유주와 직원들에게 적용된다. 공립학교는 이미 비슷한 규칙을 적용 중이다. 종교시설과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사적 공간은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마이클 실버맨 트랜스젠더보호·교육펀드 대표는 “뉴욕시의 정책은 (금기로 여겨지던) 선을 새로 넘어섰다. 트랜스젠더들은 그 동안 매일마다, 실제적인 투쟁을 해 왔다”고 말했다. 연방법원은 특별한 경우에 한해 성별에 따른 복장 규정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 인권위는 “성별에 따른 복장 규정은 고정관념에 따른 문화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