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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황정민, 더 정복할 곳이 있으랴

온라인 중앙일보 2015.12.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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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배우 황정민(46)의 황금기였다.

1년 동안 충무로에서 부지런히 선보였고, 엄청난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올 초 첫 첫만 클럽에 가입한 한국 영화 '국제시장'을 스타트로 '베테랑'으로 쌍천만 배우가 되더니 최근 개봉한 영화 '히말라야'까지 흥행 조짐이다. '히말라야'는 4일 만인 19일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역대 휴먼 드라마 장르 사상 최단 기간 돌파 기록이다. 겨울 극장가에서 전 세대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며 천만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1426만), '7번방의 선물'(1281만), '변호인'(1137만)과 동일 속도다.

'히말라야'는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황정민)과 휴먼 원정대의 실화를 그린 영화. 지난 1월 엄홍길 대장과 휴먼원정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극 중 황정민은 산악인 엄홍길 역을 맡았고, 설산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촬영은 그 어떤 작품보다 육체적으로 고됐다. 영하의 추위에서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 생김 좁고 깊은 틈) 위를 건너고, 7일간 씻지도 못한 채 끝도 없이 걷고 또 걸으며 히말라야 4200미터 트래킹을 했다. 위험한 순간을 이겨내고 노력한 결과는 달고 값졌다.

관객들을 이번에도 황정민을 배신하지 않았다. 관객들은 황정민 얼굴이 대문짝 만하게 나온 포스터를 들고 관람 인증샷을 올리기 바쁘다. 각 영화관에 '히말라야' 포스터가 동이날 정도다. 올해만 세 번째 영화 대박을 앞두고 있는 황정민. 그도 "올해 운이 좋긴 좋은 것 같다"며 멋쩍은 듯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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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본 소감은.
"제 영화는 당연히 좋을 수 밖에. 팔은 안으로 굽으니깐. 1년 만에 촬영한 걸 보면서 촬영했을 때가 생각나서 먹먹했다. 관객들에겐 2시간 짜리 영화지만 제 입장에선 다 같이 7개월 동안 동거동락하고 수많은 웃음과 울음이 묻어난 작품이라 영화가 상영되는 1~2시간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먹먹했던 것 같다."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고 고민이 많았다. 같이 술을 마시고 그랬지만 엄 대장님의 속내를 아는 게 쉽지 않았다. 속 얘기를 잘 안 해주시고, 그런 얘기를 하면 치부가 들어날 수도 있는 부분이니깐 아무래도 속 얘기를 많이 안 하시더라. 엄홍길 대장님의 (습관이나 말투 등) 특징을 영화에서 표현한 부분은 없었다."
 
-실제로 해발 4200미터까지 올라가서 촬영했다. 육체적으로 엄청 힘든 촬영이었을 것 같다.
"고산증이 가장 걱정됐었다. 고산증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산에 올라갔다. 제가 아프고 힘들면 안되니깐 걱정이 많았다. 솔직히 높은데 올라가는 것도 싫어하고 그래서 놀이기구도 안 타는데 그렇게 높은 곳에 올라가다니."
 
-힘든 내색을 많이 안 냈다고 들었다. 촬영 스탠바이도 가장 먼저 했다고.
"사람을 독려해야하고, 시간 안에 좋은 걸 많이 찍어야하는 건 당연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최선의 어떤 것을 얻어내야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배우의 힘이 크다. 선배로서 '할 수 있어. 하자'라고 하고 앞장서야 모든 동생들이나 스태프들이 따라오지 않겠나. 산악인이 아니라 촬영을 하러 갔기 때문에 아프다고 티를 내고 산을 내려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배우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이 아파서 빠진다면 남은 다른 사람들이 그 일을 나눠서 해야하니깐 아파고 힘들어도 참아야하는 상황이었다."
 
-가장 위험천만한 상황은 언제였나.
"다들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잘 해서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도 없었고, 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영월에서 촬영할 때 낙석이 떨어져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긴 했는데 다행히 다들 안전모를 쓰고 있었고, 크게 다친 사람도 없었다. 원래 영월이 일년 내내 추운 동네인데 20년 만에 처음으로 추위가 오지 않았을 때 우리가 촬영을 했다. 그물을 씌웠는데 뿌려둔 눈이 녹았고, 바위 틈으로 돌이 떨어졌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는데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영화 후반부에 쉰 목소리로 대사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산에 올라가면 5분의 1정도 밖에 공기가 없고 영하 30도의 추위가 성대를 다 긁어서 쉬어버린다. 건조하기도 하고. 사흘 정도 소리 지르니 쉬더라. 근데 그 목소리가 괜찮은 것 같아서 후시 녹음 할 때도 3일 정도 미친 듯이 '악악악' 소리 질러서 일부러 쉬게 만들었다."
 
-촬영하면서 어떤 게 가장 힘들었나.
"촬영을 하는 것 보다 촬영하러 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게 힘들었다. 네팔에서 찍을 땐 야크가 짐을 실어나르면 되는데 프랑스 몽블랑에서 촬영할 때는 사람이 짐을 나눠서 들어야했다. 설산이라 눈이 발목까지 빠져서 설피같은 스키 부츠를 신어야하는데 그걸 차고 걷는 게 쉽지 않았다. 배우고 뭐고 없었다. 장비를 다 나눠서 들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서 촬영을 해야하니 힘들지 않겠나. 그렇게 간 오르막길은 한 2시간 30분이었다. 또 제가 앞장서서 큰 짐을 들어야 다른 후배들도 짐을 나눠드니깐, 일부러 큰 짐을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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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이미 할리우드 산악 영화에 눈높이가 맞춰져있다. 한국 산악영화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나.
"솔직히 부담감이 컸다. 눈높이가 이미 높고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져있는데 그것 보다 별로면 관객들을 눈을 돌릴테니깐 더 잘 만들어야했다. 그런 점에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촬영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 CG팀은 에베레스트를 거의 밥 먹듯이 갔다고 보면 된다. 이 영화를 하면서 도대체 저한테 얻어지는 게 뭘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빙우'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산악 장르영화일텐데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애초에 하지 말자는 마인드였다. 그래서 스태프들과 술을 마시면서 영화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분명한 건 이 영화가 다음 산악 영화를 하는 팀에 중요한 레퍼런스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히말라야에서 촬영하면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이었나.
"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먹은건 삼겹살에 소주다. 그런데 사실 먹는 것 보다도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싶었다. 그 생각이 가장 간절했다. 물이 차가웠고, 수도 시설이 잘 안 돼 있어서 이빨만 닦고 얼굴은 물티슈로 닦아내면서 지내야했다. 또 몸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샤워를 할 수 없었다."
 
-히말라야를 다녀온 뒤 달라진 게 있다면.
"대자연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깐 인간이 참 작고 왜소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더라. 까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히말라야' 촬영 후 '검사외전'을 찍을 땐 좀 조용해졌다."
 
-다시 히말라야에 가고 싶나.
"한 번쯤 트레킹 코스는 갔다오고 싶다. 집사람이 같이 가줄지 모르겠지만.(웃음) 아들이 크면 그땐 100% 꼭 같이 가고 싶다. 아들이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인데 이번에 보니깐 외국에서 온 초등학생들이 트레킹하러 많이 하더라."
 
-영화 '신세계' 감독이 연출하고 최민식이 출연하는 '대호'와 같은 날 개봉해 맞대결하는데.
"둘다 잘 됐으면 좋겠다. '암살'과 '베테랑'이 같이 잘 됐듯이 '대호'도 꼭 같이 잘 돼야한다. 장르나 소재가 다르니깐 관객들이 두 영화를 다 봐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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