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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人] “주택공급 과잉 아니다” 유일호 후보자 다른 경제부처장과 미묘한 의견차…조율

중앙일보 2015.12.22 11:31
“주택 공급 과잉으로 보지 않는다.”(12월 21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주택 공급 과잉, 분양 과열 양상이 보인다.”(11월 16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부동산 대책을 함께 끌고 가야하는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국토부 신임 장관 사이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경제부처 개각 발표가 난 21일 밤 9시50분 유 후보자는 서울 송파구 자택을 찾아온 기자들을 근처 한 식당으로 불러 만났다. 부동산과 가계부채 대책을 묻는 질문에 그는 “(주택) 공급 과잉으로는 안 갈 것이라고 본다”며 “공급 과잉을 조심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달 전인 11월 16일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취임식에서 “일부에서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고 분양 과열 양상도 보인다”며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예의주시하며 관리하겠다”고 밝힌 것과 온도차가 있다. 공급 과잉 문제가 부각되며 주택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강 장관은 최근 “주택 공급물량이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올해 공급된 물량이 입주하는 2017년 이후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지적이 있다”는 기존의 입장에 변화를 두지 않았다.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도 유 후보자는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이 늘어난 건 사실”이라면서도 “금융당국에 의해 가계대출 대책이 나왔고 더 이상 (가계부채가)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잠재적인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지난 6월 17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발언과 거리가 있다. 임 위원장은 7월 ‘가계부채 관리 방안’, 이달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가계부채 단속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가계부채 관리 대책 중 ‘최후의 수단’ ‘극약 처방’으로 꼽히는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대해선 “계획이 없다”고 임 위원장은 선을 긋긴 했지만 내년 총선 이후 가계부채 대책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내년 경제부총리가 풀어야할 최대 숙제는 부동산ㆍ가계대출 문제다.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2017~2018년 미분양 대란 예고, 미국의 금리 인상 시작 등이 맞물려서다. 그런 가운데 경제대책을 함께 수행할 경제수장 간의 미묘한 의견차가 벌써부터 드러나기 시작해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유 후보자가 가계부채나 주택 공급에 대한 발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건 전직(前職) 때문이다. 2015년 03월부터 11월까지 유 후보자는 국토부 장관으로 일했다. 주택 공급 정책과 규제 실행을 책임졌던 위치에 있었다.

당시 합을 맞췄던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물러났고 최 부총리도 곧 정치권으로 돌아간다.
유 후보자 혼자만 다시 경제각료로 복귀해 본인이 실행했던 정책의 부작용을 해소해야할 과제를 떠앉았다. ‘선수(船首)’를 급하게 돌리기에도 민망한 상황이다. 실제 청와대 인선 초기 유 후보자는 국토부 장관을 그만 둔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기 경제부총리 후보에서 보류됐었다. 후보자 검증 끝에 유 후보자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갔다. 이런 의견차를 어떻게 극복할 지 유 후보자의 조율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세종=조현숙·김민상·하남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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