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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대선은 후보 vs. 언론 전쟁…언론 비판에 후보들 발끈

중앙일보 2015.12.22 10:30
'테드 크루즈,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태클을 걸다.'(폴리티코 21일자)

미국 대선 경선주자들의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는 가운데 특정 언론사와 후보들 간의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신문사가 사설 등을 통해 공화당이나 민주당 후보 중 특정 후보를 대놓고 공개 지지한다. 이는 법적으로도 허용된다. 그러나 공개 지지는 대체로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이뤄진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가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것도 선거를 한달 가량 앞둔 10월이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은 "대선 본선이 아닌 경선과정부터 언론사와 후보 간 비방전이 가열되고 있는 것은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등 성향이 극단적인 후보들이 다수 포진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보수 강경 세력인 '티파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공화당 테드 크루즈 후보(44·텍사스주 상원의원)는 WSJ와 일전을 벌이고 있다. 이달 초 WSJ가 "크루즈는 솔직하지 못하고 선동적인 정치가다. (2012년) 상원의원이 되자마자 (내공을 키우기보다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혹평하면서다. 당장 크루즈는 "WSJ는 앞으로 석 달간 신문 제호를 '마코 루비오를 대통령으로 신문(Marco Rubio for President Newspaper)'로 바꾸는 게 어떠냐"고 조롱했다. 내년 2월 1일 아이오와주를 필두로 막이 오르는 경선에서 WSJ가 경쟁후보 루비오 후보(44·플로리다주 상원의원)를 지지할 게 뻔하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10일에는 "WSJ가 보수지라고 하지만 어떤 보수주의자들도 WSJ가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에 WSJ의 편집장 폴 지고는 "우리는 이민법 개혁과 무역협정·안보정책 등에 있어 크루즈와 다른 입장이며, 본지의 주장에 (합리적 보수주의자인) 루비오와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같은 생각을 같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맞받아쳤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신문의 힘이 떨어지고 있는 시대이지만 WSJ의 사설과 오피니언면의 영향력은 보수 유권자에게는 절대적"이라고 '싸움'을 만류하고 있지만 크루즈는 "의견의 차이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인신 공격을 하고 있다'며 검을 거두지 않고 있다.

공화당의 선두주자 트럼프는 거의 모든 언론과 전방위적으로 일전을 치르고 있지만 대표적인 상대는 WP와 폭스뉴스다. WP는 이달 초부터 칼럼과 사설에서 트럼프를 '편견자' '무솔리니'로 묘사하며 융단 폭격을 가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7일 트위터에서 "WP의 오너인 제프 베저스가 자신 소유의 아마존이 세금을 덜 물기 위해 돈만 까먹는 WP를 인수해 세금피난처로 삼고 있다"고 악담했다. 베저스도 질세라 "트럼프, 당신을 위해 우주선의 자리를 비워두겠소"라고 맞받아쳤다. 함께 지구에 있기조차 싫다는 농담이었다.

트럼프는 폭스뉴스와도 앙숙이다.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건 물론이고 툭하면 '출연 거부' 카드를 내밀고 있다. 간판 앵커인 메긴 켈리가 지난 15일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트럼프와 2위(크루즈) 간의 격차가 27%포인트인 것을 15%포인트 앞섰다고 잘못 말하자 "켈리와 그녀의 아첨꾼들이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라고 힐난했다.

민주당의 경우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후보와 CNN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주말 TV토론을 비롯 수 차례의 토론 때마다 자체 페이스북 투표에선 샌더스가 더 많은 표를 얻은 사실은 보도하지 않은 채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였다"는 주관적 평가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샌더스는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어떤 직업을 택하고 싶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CNN의 사장"이라고 말했다. "내가 CNN의 사장이라면 미디어가 어떻게 정치를 다룰 지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불만도 토로했다.

2008년 민주당의 경선 당시 오바마는 CNN이 '친 힐러리'로 기울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CNN을 가리켜 '클린턴 뉴스 네트워크(Clinton News Network)의 약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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