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북한에 장마당 750개…애완견 용품에 손세차장도 등장

중앙일보 2015.12.22 09:34
애완견 용품도 팔고, 옆 가게에선 피자도 판다. 원하면 배달까지 해준다. 북한에서 성행하는 ‘장마당’(사설시장)의 풍경이다.

북한 장마당의 숫자가 750여개, 많게는 1000개까지 늘어났으며, 장마당을 통해 소비하는 북한 주민 숫자가 100만명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생필품뿐 아니라 햄버거ㆍ태양광 전지 등, 거래되는 품목 역시 다양해졌다고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2일 민간남북경제교류협의회 등이 국회에서 주최한 '8ㆍ25 합의 이후 남북경협의 과제와 전망'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히며 "북한 당국도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식 집계한 장마당 숫자는 400여개이지만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길거리장’ ‘골목장’ 등을 포함하면 750개가 넘는다고 임 교수는 주장했다. 장마당 수가 1000개가 넘었다는 주장도 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2일 통화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 후 장마당은 매년 약 25%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비공식 암시장까지 합하면 이미 1000개를 넘겼다”고 말했다.

장마당 규모 자체도 커졌다. 임 교수는 “평안남도의 한 도시에는 2㎞에 달하는 매대(좌판)가 존재하며, 함경북도 청진 수남시장의 매대 수는 1만2000개가 넘는다”고 전했다. 시장 참여자 역시 일반 주민뿐 아니라 당 간부의 부인, ‘돈주’라고 불리는 신흥 부유층, 돈주가 고용한 노동자 등으로 다양화됐다고 한다.

특히 배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등, 북한 주민에게도 자본주의식 서비스 정신이 스며들고 있다고 임 교수는 주장했다. 중국 등에서 들여온 한국 제품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데, 임 교수는 이를 북한판 ‘해외직구’(해외 직접 구입)라고 표현했다.

조 위원은 "전자제품 등 특정 제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장마당까지 등장했다"며 "온갖 생필품을 팔던 기존의 장마당과 달리, 품목별 전문 장마당은 북한의 고급 소비자들을 겨냥한다"고 말했다. 이런 성장세는 북한 당국의 암묵적 방조로 이뤄지고 있다. 조 위원은 “최근 북한 관리들이 중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늘어나고 있는 장마당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한다고 한다”며 "장마당이 규제의 대상이 아닌, 협조의 대상이 된 지 오래"라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