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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대신 트랙터 탄 산타들…나주 이슬촌, 크리스마스 마을 변신

중앙일보 2015.12.22 01:42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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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 이슬촌 주민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관광객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이슬촌 축제추진위]


크리스마스를 나흘 앞둔 21일 오후 전남 나주시 노안면 양천리 계량마을. 털모자를 눌러쓴 주민 윤재삼(53)·이길순(53·여)씨 부부가 마을 성당 주변에 심어진 나무에 크리스마스 트리용 전구를 설치하느라 분주했다. 벼농사를 짓는 윤씨 부부는 과거 전기사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열흘 전부터 매일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 ‘이슬촌’으로 불리는 마을 주민들이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매년 여는 크리스마스 축제를 위해서다. 윤씨 부부는 “주민들이 조금씩 힘을 모아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아이디어로 9년째 축제 개최
오래된 성당에 조명, 캐럴 공연도


 이슬촌 주민들로 구성된 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올해 크리스마스 축제는 23~27일 닷새간 마을 곳곳에서 열린다. 축제 준비부터 진행까지 모두 주민들이 맡는다. 축제 기간 이슬촌은 크리스마스 마을로 꾸며진다. 지은 지 100년 가까이 된 빨간 벽돌 건물인 노안성당 외벽과 주변 나무에 둘러진 색색의 전구가 화려한 불을 밝히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낸다. 지역 가수 공연과 색소폰 연주도 펼쳐진다.

 체험형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머그컵·산타양초 만들기와 풍등 날리기, 소망 엽서 쓰기 등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짚풀 미끄럼틀 타기, 트랙터를 개조해 만든 산타 트랙터 탑승 체험 등도 준비됐다. 트랙터는 산타 복장을 한 주민들이 직접 운전한다. 나주 명물인 곰탕을 비롯해 어묵·순대 등 먹거리도 판매한다. 주민들이 직접 재배하고 조리한 콩·깻잎·검정쌀·메주 등을 판매하는 간이 장터도 열린다.

 이슬촌에서 크리스마스 축제가 처음 열린 것은 2007년 12월. 주로 60대 이상 노인 등 140여 명이 모여 사는 작은 농촌 마을의 특징과 오래된 성당의 장점을 살려 이슬촌만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축제를 열어 마을의 활기를 되찾아보자는 주민들의 아이디어가 계기였다.

 이후 이슬촌은 크리스마스 마을로 탈바꿈하면서 매년 5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겨울철 명소가 됐다. 마을 입구 주택 담벼락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루돌프가 이끄는 썰매 그림이 그려졌다. 산타를 그려넣은 컨테이너도 설치했다. 관광객들이 연인과 가족들에게 엽서와 편지를 쓰면 주민들이 트리에 내걸어주는 ‘이슬촌 산타 우체국’이다.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매년 크리스마스 무렵 마을 입구에는 긴 행렬이 펼쳐진다.

 주민들은 농한기에 열리는 크리스마스 축제로 짭짤한 수입도 올리고 있다. 수입 중 일부는 중학교에 진학하는 주변 초등학교 졸업생들 장학금으로 낸다. 축제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관(53) 이슬촌 이장은 “크리스마스 축제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마을 행사가 됐다”며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주민들이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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