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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7년 간 고장없이 1031경기…믿고 쓰는 ‘배트맨’ 김현수

중앙일보 2015.12.22 01:09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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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팀에서 가장 데려오고 싶은 선수 한 명을 꼽으라면?” 지난 3월 23일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김경문(57) NC 감독에게 물었다. 김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김현수”.

한국산 타격기계 ‘사용 설명서’
내구성 만점 팀 경기 97.5% 소화
변화구 따라 스윙 궤적 변신 가능

레그킥 기능 빼 빅리그 강속구 대비
영어 레벨도 조만간 업그레이드


 김 감독은 김현수(27)가 두산 연습생으로 2006년 입단한 이후 톱스타로 성장한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스승이다. NC에는 테임즈(29)·나성범(26) 등 리그 최정상급 좌타자들이 있지만 김 감독은 그래도 “김현수가 무척 탐난다” 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11년 두산을 떠날 때까지 6년 동안 김현수를 중심타자로 기용했다. 그는 “김현수가 메이저리그(MLB)에 가면 재미있는 승부를 할 것이다. 선구안이 좋아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다. 어느 감독이라도 좋아할 선수”라고 말했다. ‘한국산 타격기계’ 김현수를 수입한 볼티모어의 벅 쇼월터(59) 감독이 가장 눈여겨 봐야 할 ‘사용 후기’다.

 김 감독은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병살타로 물러났던 김현수의 아픔을 안다. 또 2010년 홈런을 늘리기 위해 타격폼을 바꿨다가 슬럼프에 빠졌던 시행착오도 지켜봤다.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고, 아낌없이 몸을 던졌던 김현수를 일컬어 김 감독은 “울면서 큰 녀석”이라고 했다. 김현수는 2008년 이후 정규시즌 1058경기 가운데 97.5%인 1031경기에 출전했다. 그렇게 많은 경기에서 나서서 꾸준한 성적을 올린 덕분에 그는 ‘타격 기계’ 에 비유됐다. 그러나 그 과정은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다.

 김현수는 국내 타자 중에 히팅존이 가장 넓다. 키(1m90㎝)가 큰데다 배트 컨트롤이 워낙 좋아 낮은 공도 잘 친다. 낮은 스트라이크존은 물론 무릎 아래의 볼도 잘 받아친다. 올 시즌 김현수가 낮은 스크라이크를 공략한 타율은 0.422(64타수 27안타)에 이르고, 스트라이크 존 하단의 볼 타율도 0.364(187타수 57안타)나 된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해설위원은 “김현수는 스윙을 시작한 뒤에도 투구의 궤적에 따라 스윙 궤적을 바꾸는 기술이 있다”면서 “MLB에 파워히터는 많지만 놀랄 만한 콘택트 능력을 갖춘 타자는 토니 그윈(1960~2014), 스즈키 이치로(42·마이애미) 정도다. 한국 최고의 타격 기술을 가진 김현수에게 MLB가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는 뛰어난 선구안과 강한 체력을 타고났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했다. 그는 오른손잡이다. 지금도 오른손으로 공을 던진다. 신일중 시절 김현수는 우연히 왼손타석에 들어선 적이 있다. 반대 타석에서 공이 더 잘 보이는 걸 깨닫고 과감하게 오른쪽 타석을 포기했다.

 공을 맞히는 데는 좌타자가 유리하다. 대신 파워는 손해보기 마련이다. 이치로가 그런 경우다. 그러나 김현수는 파워를 포기하지 않았다. 대표팀에서 김현수를 본 메이저리거 추신수(33·텍사스)는 “한국 타자 중 가장 인상적인 선수가 김현수다. 웬만한 공은 다 쳐내고 장타력까지 겸비한 드문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또 한번 진화했다. MLB 진출을 앞두고 김현수는 레그킥(다리를 높이 들어 체중을 이동하는 타법)을 버렸다. 지난해까지 그는 오른다리를 들었다 내딛으며 타구에 힘을 실었는데 올해는 두 다리를 거의 고정한 채 허리 회전력으로 장타를 날렸다. 작아진 폼으로도 그는 개인 최다인 28홈런을 날렸다. 송 위원은 “프리미어 12에서 상대 투수가 가장 경계하는 한국 타자는 김현수였다”며 “기술적인 약점이 거의 없고, 무엇보다 성실한 선수여서 MLB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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