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이런 개각으로 국정 정상화 잘되겠나

중앙일보 2015.12.22 00:43 종합 34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부총리 두 사람을 바꾸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지만 큰 감동은 없었다. 우선 꽉 막힌 정국을 풀어갈 참신성이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개각을 통해 국민과 국회에 보내려는 메시지가 뭔지도 모르겠다. 내년 총선에 나가겠다고 8개월 만에 장관직을 던진 사람을 다시 불러들여 경제 사령탑에 앉히고 평생 학자로 지낸 백면서생을 사회부총리에 앉힌 이유와 기준도 불분명하다. 그러니 그저 내년 총선 일정에 쫓겨 후다닥 해치운 개각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개각은 인사를 통한 국민과의 소통이어야 한다. 이런 개각으로 막힌 정국의 실타래를 풀고 노동·교육 등 4대 개혁을 제때 완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3기 경제사령탑도 측근 정치인 출신
나라 안팎 경제 한 치 앞이 안 보이는데
총선·대선 포퓰리즘에 휘둘릴까 걱정

 개각의 핵심인 새 경제부총리부터 시장에선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박 대통령은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에게 3기 경제팀을 이끌도록 했다. 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유 내정자는 색깔이 없고 그립이 강하지 않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를 경제팀 수장에 앉힌 것은 경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의미다. 청와대 친정 체제가 강화될 것이란 지적도 많다. 유 내정자는 내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내수 확대와 부동산 띄우기를 통해 경제를 살리려 했지만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가계 부채가 크게 늘어난 데다 주택 공급 과잉 등 숱한 부작용을 남겼다. 유 내정자는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 최 부총리의 정책에 적극 호응했다. 업계에서 공급 과잉을 우려했지만 그때마다 “주택 공급 과잉 아니다”며 계속 불을 지폈다. 그 바람에 후임 장관이 ‘분양 폭탄’처리를 숙제로 떠안게 됐다. 그런 그가 가계부채와 주택 시장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새 경제팀 앞엔 안팎으로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7년 만에 제로금리 시대를 끝낸 미국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맞불을 놓고 유럽과 일본은 돈 풀기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는 대분화(Great divergence) 시대를 맞고 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 안 되는 긴박한 상황이다. 국내 현안도 간단치 않다. 새 경제부총리는 우선 구조개혁의 고삐를 단단히 죄어야 한다.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물론이요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극성을 부릴 포퓰리즘과도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유 내정자는 이런 과제를 명심하고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개혁 과제를 다지고 실천하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내정된 이준식 서울대 전 부총장 앞에도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겉돌고 있는 대학 구조개혁,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한 지방교육재정 문제 등을 풀어야 한다. 다른 분야보다 성과가 부진한 것으로 지적되는 교육개혁을 이끌 리더십도 필요하다. 평생 공대 교수로 지낸 그가 사회부총리로서 교육·복지·문화 등 사회적 이슈를 조정하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