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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참모총장 부인보다는 로비스트에 무기 구매 맡겨야

중앙일보 2015.12.22 00:42 종합 34면 지면보기
어제 열린 군민 합동 방위사업혁신 전체회의에서 방위사업청에 근무하는 현역 장군과 대령은 전역할 때까지 각 군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했다. 최근 문제가 된 방산비리의 상당수가 방사청에서 근무하는 현역 장교들이 본래 소속된 군 본부의 압력·지시에 따른 결과로 드러난 데 대한 조치다. 이와 함께 방위사업 관련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 비율도 35%(현행 25%)로 늘려 군 내부의 결탁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방위사업청 퇴직 공무원의 직무 관련 업체 재취업도 5년(현행 3년)으로 늘릴 예정이다.

 고심의 흔적이 드러나지만 방산비리를 근본적으로 척결하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지난주 합동수사단의 기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참모총장 부인까지 나서 1조3000억원짜리 무기 도입에 압력을 행사하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선정되고 난 뒤에는 “업자가 인사를 할 텐데 얼마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부인이 주변에 털어놓았다는 사실은 그런 ‘관행’이 군 내부에서 (장성 부인들 세계에서조차) 얼마나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지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무기에 문외한인 부인네가 개입할 정도라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군에 무기 관련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합리적 판단보다 개인적 친소관계에 치우쳐 은밀한 무기 구매 결정이 이뤄지기 쉬운 것이다.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견지에서 정부 내에 무기 전문가 그룹을 양성해야 한다. 이들에게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대우를 해주고 관련 업무를 맡기면 도덕불감증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위한 무기 구매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참에 무기 로비스트를 양성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학연과 지연이 중시되는 한국 사회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처럼 모든 로비활동을 공개하고 예산과 회계 등 활동을 감시한다면 지금처럼 음지에서 행해지는 비리보다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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