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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크리스탈팰리스 이청용, 4년8개월만에 부활포

중앙일보 2015.12.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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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사진 크리스탈 팰리스 공식 홈페이지 캡쳐]


'블루 드래곤' 이청용(27·크리스탈팰리스)이 긴 시련을 딛고 4년8개월 만에 부활포를 쏘아올렸다.

이청용은 20일 2015-16 스토크시티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원정 17라운드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43분 결승골을 뽑아냈다. 후반 36분 교체출전한지 7분 만에 이청용은 페널티 박스 밖 20m 지점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이청용의 골로 2-1로 승리한 크리스탈팰리스는 6위(9승2무6패)를 달렸다. 평소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소녀 슛(힘 없는 슛)'의 오명을 씻는 호쾌한 한 방이었다.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을 올린 건 볼턴 시절이던 2011년 4월10일 이후 4년8개월 만이다. 날짜로는 1716일 만이다. 컵대회에서는 4개월 만에 득점을 올렸다. 앨런 파듀 크리스탈팰리스 감독은 "이청용은 훌륭한 선수지만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번 골로 아시아 사람들이 밤잠을 다 설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청용은 "내가 기록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이라고 말했다.

이청용은 2011년까지는 별명인 '블루 드래곤(푸른 용)'처럼 펄펄 날았다. 2009년 FC서울을 떠나 프리미어리그 볼턴으로 이적한 이청용은 2010년 '볼턴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아스널에서 뛰던 세스크 파브레가스(28·첼시)가 경기 중 이청용을 향해 엄지를 치켜 세우기도 했다. 그 해 태극마크를 달고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해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잇따라 골을 터뜨렸다. 주가가 오르면서 프리미어리그 첼시와 리버풀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7월31일 잉글랜드 5부리그 뉴포티카운티와 연습경기 도중 이청용은 톰 밀러(25·잉글랜드)에게 거친 태클을 당했다. 관중석까지 뼈가 부러지는 '딱' 소리가 들릴 만큼 큰 부상이었다. 산소호흡기를 쓴 채 병원으로 이송된 이청용은 오른쪽 정강이뼈가 두동강이 나는 이중골절 진단을 받았다. 오언 코일 당시 볼턴 감독은 "아직 너에게는 축구인생 20년이 더 남아있다"고 위로했다.

피나는 재활훈련 끝에 2012년 5월 그라운드에 복귀했지만 시련과 불운은 계속됐다. 챔피언십(2부리그)으로 강등된 소속팀 볼턴은 2시즌 연속 1부리그 승격에 실패했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도 이청용은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지만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축구팬들은 "톰 밀러의 살인태클이 테크니션 이청용을 망쳤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2월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탈팰리스로 이적한 뒤 재기를 별렀지만 그는 주전경쟁에서 밀렸다. 팀이 치른 프리미어리그 17경기 중 단 5경기에만 교체출전하는데 그쳤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까지 이청용의 상황을 걱정할 정도였다. 말수가 적은 이청용은 시련이 닥치면 더욱 강해진다. 그의 아버지 이장근 씨는 20일 "청용이가 2011년 수술 직후 다리에서 고름이 줄줄 흐를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는데도 환하게 웃는 사진을 가족에게 보냈다. 올 시즌 주전경쟁에서 밀렸지만 그동안 차분히 기회를 기다렸다"고 전했다.

이청용은 몸집은 호리호리하지만 누구못지 않은 독종이다. 그의 치열이 삐죽빼죽 제멋대로인 것은 어릴적 이를 악물고 축구를 한 탓에 이가 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첫사랑인 중학교 동창과 결혼한 이청용은 오는 26일 첫 딸을 얻는다. 이청용의 다리에는 아직도 금속핀 3개가 박혀있다. 이청용은 "뼈는 한 번 부러지면 더 단단해진다더라.나도 그렇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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