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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척박했던 세종시 주민의 삶 이젠 확 달라졌네

중앙일보 2015.12.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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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세종시 도담동 주민센터에 들어선 커피숍 도담카페에서 주민자치위원인 강순화(오른쪽)·지정화씨가 커피와 쿠키 등을 나르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김성태]


#2011년 말 서울서 세종시 첫마을(한솔동)로 이사온 주부 배경서(41)씨. 배씨는 국토교통부에 근무하는 남편과 함께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려왔다. 그는 이주 초기에만 해도 편의시설이 부족해 아들의 학용품을 사러 대전까지 가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불편이 싹 사라졌다. 대형 할인매장·병원 등 대부분의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어서다. 배씨는 “도서관·호수공원 등 주요 도시 인프라가 집에서 20분 이내 거리에 있다”며 “오랜 시간을 길에서 허비했던 서울에 비해 삶의 질이 훨씬 나아졌다”고 했다.

#세종시 원주민인 김지춘(49)씨는 음식점을 하다 2005년 약 2억원의 보상금을 받고 마을을 떠났다. 이후 덤프트럭을 구입해 세종시 공사현장에서 일했다. 전국에서 건설 중장비가 몰리면서 일감이 줄자 2011년에는 덤프트럭을 팔고 중기사무실을 차렸다. 그는 “한 달 수입(400여만원)은 음식점 할 때와 비슷하지만 허름한 단독주택에서 살다 새로 구한 아파트(108㎡)에서 살게 된 건 세종시 건설 덕분”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로 세종시 1단계 건설(중앙행정기관이전) 사업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주민들이 빠르게 현지에 정착하고 있다. 세종시에는 2012년부터 18개 중앙행정기관과 18개 부속기관 등 36개 기관(1만3002명)이 이전을 마쳤다.

신도시 이주민들은 공동체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2013년 8월 서울에서 이사온 주부 성은정(43·세종시 도담동)씨 등 주민자치위원 8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주민자치센터 안에서 커피숍(도담카페)을 운영중이다. 주민센터가 커피숍 장소를 제공하고 실내장식까지 해줬다. 이들은 지난 10월 카페 운영 수익금 180만원을 지역 중·고생 6명에게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성씨는 “주민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어 자치센터에 건의해 카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이모(51) 과장은 “과천 근무 때 1시간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이사 오면서 10분으로 줄었고 전국이 2시간 생활대로 좁혀진 게 세종시 생활의 큰 장점”이라고 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도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세종시에 분양된 108㎡ 형 아파트는 분양가(2억5000만∼2억6000만원)에 비해 3000만원 이상 올랐다. 땅 값은 세종시 건설 시작 때에 비해 5∼10배 상승했다. 신도시 상가 용지 분양가가 3.3㎡당 3000만원을 넘는다.

하지만 신도심과 구도심간의 이질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세종시 인구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세종시 인구는 2012년 7월 10만 3127명에서 지난 11월 20만644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11월말 현재 한솔·도담·아름동 등 신도시 지역 인구는 10만9901명으로 구도심을 넘어섰다.

조치원읍 주민 천인권(52·개인사업)씨는 “구도심은 개발도 더딘 데다 지역 대표축제인 도원문화제를 세종시 출범 이후 신도심 지역인 호수공원 주변에서 열어 구도심은 문화적으로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푸념했다.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원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낀다. 세종시 원주민 가운데 보상금 5억원 미만 주민이 86.6%를 차지했다.

도담동 신도시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임영학(49)씨는 “지난해 인근 일반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임대아파트를 통학구역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사슴 사육 보상비 등으로 8000만원을 받았다. 영구 임대 주택은 무주택 보상자 등을 위해 당시 LH공사와 충남도 등이 공동으로 지었다.

지역간 선거 표심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이춘희 시장은 신도심 지역에서 득표율 71%를 기록했다. 반면 구도심에서는 51.6% 득표에 그쳤다.
주민 홍석하(48)씨는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젊은 층이 야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 지역은 주민 평균 연령이 31.4세로 전국 평균 연령(39.4세)보다도 젊다. 이춘희 시장은 “전동면에 산업단지 2곳을 조성하는 등 2025년까지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1조원을 투입한다”며 “신도심과 구도심 격차 해소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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